아는 맛에 고자극·도파민 더하니 아찔한 여행 맛집, ‘극한투어’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10.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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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투어' 제작진이 JTBC로 옮겨 론칭한 새 여행 예능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여행’이란 단어에는 듣는 이를 설레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예능에 ‘여행’을 더한 프로그램이 등장했던 2000년대 중반부터 2024년이 된 지금까지도 여행 예능 프로그램은 여전히 시청자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여행이 선사하는 ‘일상에서의 탈출’과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집에서도 손쉽게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여행 예능의 인기를 꾸준히 이어주는 핵심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해도 계속 먹다 보면 질리는 것처럼, 오랜 시간 이어진 여행 예능 홍수 속에서 시청자로부터 한결같은 선택을 받으려면 프로그램만의 차별된 콘셉트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JTBC ‘극한투어’는 등장 전부터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극한투어’는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극한의 장소 또는 극한의 인물을 찾아 ‘극악’과 ‘극락’을 오가며 정반대 여행의 재미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이 평소 관심이 있었던 여행지 또는 SNS 등에서 한 번쯤 본 적 있는 극한의 여행지를 직접 선택해 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성을 확실히 한다. 이는 직접 떠났던 여행지에서의 경험, 수많은 여행 예능 시청을 통해 간접 체험한 국내·외 여행지에 대한 지식이 쌓였을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치트키이다. 출연진들은 태국, 대만, 중국의 충칭 등 나라와 도시 이름만 들어도 시청자에게 익숙한 여행지를 찾되, 그곳의 평범한 관광지에서 벗어나 오지를 탐험하거나 극한의 상황들에 도전장을 내밀어 이를 극복하는 여행을 이어간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여기에 프로그램 제목처럼 출연자들은 더할 나위 없이 나쁜 상태와 더없이 안락한 상태를 넘나드는 여행을 경험하며 도파민을 자극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고통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내 쾌적하고 화려한 호화로운 경험으로 이어지는 여행 루트는 심리적 반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대비는 출연자들이 극한의 환경에서 버티고 적응한 후 얻는 성취감과 휴식에서 오는 평온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시청자는 출연진이 겪는 ‘극악’ 여행 속 고난부터 ‘극락’ 여행의 희열까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극한투어’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방송된 tvN ‘짠내투어’의 연출자 손창우 CP와 출연자 박명수의 재회로도 관심을 끈다. 각각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 사람들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와 여행을 접목했다는 손CP는 “가성비 여행 시대는 지났고, 현재는 ‘어떻게 하면 도파민이 돌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해 이를 여행 예능에 접목시키려 했다”며 닮은 듯 다른 두 프로그램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박명수는 “‘짠내투어’는 가성비 여행이란 포인트에 맞춰 싼 곳을 찾아다니고 이에 대한 정보를 소개했다면, ‘극한투어’는 그냥 틀어두기만 해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여행) 과정이 중요하지 않아 시청자가 보기에 굉장히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설명처럼 3회까지 공개된 ‘극한투어’는 각각의 여행메이트들이 극락과 극악의 여행을 오가며 커다란 자극을 느끼고, 그 사이 팡팡 터지는 도파민에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속속 등장한다. 한국의 켄달 제너를 꿈꾸며 태국으로 떠난 이은지와 그의 여행 메이트 립제이는 이은지의 계획에 따라 하이소(하이 소사이어티, 계급 사회인 태국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가문이 좋고 재력도 갖춘 0.1%의 상류층을 의미함) 체험이란 극락 여행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시장에서 코코넛 팔기 도전이라는 극악 여행을 오가며 도파민에 아찔해한다. 무엇보다 이은지는 립제이가 계획한 극락 여행 중에도 “한국 가고 싶다”는 말을 연달아 하는 등 같은 상황에도 극악과 극락은 개인차가 있다는 걸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평소 겁이 없기로 유명한 박명수는 해발 1300m 절벽에 세워진 아찔한 놀이공원에서의 극악 여행을 계획하고 자신의 여행메이트 가비를 그곳으로 초대한다.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밝혔던 가비는 아찔한 여행 코스에 눈물 흘리며 “못하겠다”고 도망치기도 하지만, 이내 펼쳐지는 장관에 무서움은 잊고 행복해한다. 도파민이 가득 충전된 두 사람은 로봇이 서빙한다는 현지 맛집과 야경이 아름다운 홍야동에서 극락 여행을 즐긴다. 이들 외에도 코미디언 조세호와 방송 경력은 14년 차이지만 야외 예능 프로그램 나들이는 처음인 JTBC 아나운서 강지영이 ‘극한투어’의 MC이자 여행을 떠나는 출연자로 함께하며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들은 각각의 여행 메이트와 함께 익숙한 곳으로 떠나 극한의 여행을 통해 자신은 물론 시청자에게도 도파민을 선사한다.



먹고 즐기는, 혹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여느 여행 예능들과는 달리 여행이 주는 ‘일상성 탈출’과 ‘의외성’이란 측면을 부각시킨 ‘극한투어’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시청자에 색다른 성취감을 선사한다. 직접 준비하거나 여행 메이트가 계획한 코스를 따라 정체 모를 장소에 도착한 출연진들이 극한 상황에 적응하고, 이를 즐기며 성장해가는 과정은 시청자에게도 큰 즐거움을 안긴다. 그들의 여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진정한 여행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시청만으로도 도파민이 충전되는 듯한 이 프로그램은 최근 트렌드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독특한 여행 예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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