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양 홍원식 前회장, 납품업체에 '콕'…최소 300억 뒷돈 챙겼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4.10.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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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납품업체나 수출업체로부터 오랜 기간 뒷돈을 받아챙긴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횡령·배임수재액이 남양유업이 고소한 200억원대를 훌쩍 넘는 최소 3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9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홍 전 회장의 횡령·배임수재 혐의 조사 과정에서 사업수주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거나 중간 수출업체를 통해 수출대금 일부를 빼돌리고 친인척 회사를 세워 이른바 '통행세'를 거둔 자금흐름을 파악했다. 홍 전 회장이 수년 동안 이어진 법적 분쟁 끝에 지난 3월 사모펀드운용사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넘겨주기 오래 전부터 이런 일이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수출 과정에서 홍 전 회장이 현지 판매사 사이에 수출도매업체를 끼워넣어 뒷돈을 챙긴 것으로 의심한다. 유제품, 곡물, 차원료 등 식품원료 도매업을 하는 국내 기업 다수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업체들로부터 납품 대가로 수년 동안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리베이트 수금에는 임원급이 아닌 부장급 직원들이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임원 숫자가 적다 보니 부장급이 실질적인 임원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본다.



수사팀은 홍 전 회장이 친인척 회사를 내세워 통행세를 거둔 혐의도 조사 중이다. 남양유업은 코스피 상장사인 골판지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납품받을 수 있는데도 중간단계에 직원이 3명뿐인 중소기업을 끼워넣어 납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홍 전 회장이 묘지관리, 해외여행, 미술품 구매 등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정황도 파악해 조사 중이다. 회사 차량과 운전기사, 법인카드 등을 사적으로 유용한 횡령 혐의도 포착했다.

남양유업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홍 전 회장 사주 일가가 수십년 동안 운영해온 회사라 해당 행위를 횡령, 배임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1인 회사에서나 할 법한 대담한 범행이 많아 수사할수록 혐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검찰 수사가 현재는 홍 전 회장 등 전직 경영진과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운 직원들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남양유업에 근무 중인 직원들 다수가 납품업체들로부터 관행적으로 리베이트를 받아온 것으로 의심되면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양유업은 지난 8월2일 홍 전 회장과 전직 경영진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남양유업이 주장한 횡령 액수는 201억2223만원이다.



검찰은 지난 8월30일 이광범·이원구 전 남양유업 대표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이달 7일 남양유업 사무실과 홍 전 회장의 주거지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엔 기존 횡령·배임수재 혐의 외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양유업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효과가 있다고 과장 광고를 하는데 홍 전 회장이 관여한 혐의도 검찰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홍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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