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 자율주행 분기점 되나[광화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10.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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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S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로 도로를 달리는 모습. /사진 제공=테슬라테슬라 모델S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로 도로를 달리는 모습. /사진 제공=테슬라


테슬라가 10일 저녁 7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1시)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워너브러더스 영화스튜디오에서 '위, 로봇'(We, Robot)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어 로보택시를 공개한다.

이번 행사는 테슬라가 미래 자동차 기술을 선점한 혁신기업으로 인정받느냐, 그저 그런 자동차회사 중 하나로 전락하느냐가 결정되는 분기점이 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2가지로 개발된다. 첫째는 알파벳의 웨이모를 비롯해 테슬라의 대부분 경쟁업체가 채택한 라이다(LiDAR) 탑재방식이다. 라이다는 레이저로 사물을 인식해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다. 라이다는 카메라나 레이더보다 사물을 더 정확히 인식하고 거리를 측정해 자율주행의 안정성을 높인다. 반면 라이다를 장착하면 자동차가 무거워지고 가격이 비싸지는 단점이 있다.

둘째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로 라이다 없이 카메라와 AI(인공지능) 신경망에만 의지한다. 사람처럼 눈(카메라)과 두뇌(AI 신경망)만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테슬라는 운전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상황을 동영상으로 AI에 훈련시켜 AI가 카메라로 주변 여건을 파악하고 사람처럼 그때그때 판단해 주행하도록 한다.



문제는 라이다 탑재방식의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무인택시로 시범운행이 이뤄지지만 라이다가 없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여전히 사람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현재 알파벳의 웨이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LA, 피닉스에 이어 오스틴과 애틀랜타에서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확대한다. 웨이모는 라이다를 채택한 자율주행 서비스가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에 비해 충돌로 인한 부상을 약 75% 줄였다고 밝혔다.

반면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안전통계를 발표한 적이 없다. 다만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 소프트웨어의 실적을 볼 수 있는 FSD 추적기(tracker)에 따르면 테슬라의 FSD는 약 90%의 주행을 스스로 완료하며 운전자는 약 100마일(161㎞)마다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라이다 없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방식을 비판해온 그린힐스소프트웨어 설립자인 댄 오다우드는 이에 대해 한달에 한번 꼴로 다른 차를 추돌하는 사고를 일으키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며 테슬라가 아직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에 근접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테슬라의 이번 로보택시 공개는 사물을 정확히 인식해 거리를 측정해주는 라이다 없이도 AI가 카메라로 들어오는 시각정보만 가지고 사람의 감독 없이 사람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테슬라가 이번 행사 때 사람의 감독 없이 완전하게 무인으로 주행 가능한 로보택시를 공개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테슬라에 낙관적인 모간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애덤 조나스조차 테슬라가 폐쇄된 코스를 무인으로 자율주행하는 제한적인 수준의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네기멜론대학의 부교수인 필립 쿠프먼은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AI가 도로 위에서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상황들까지 배워야 하는데 자동차업계가 이 돌발상황의 수를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AI가 이러한 돌발상황에 다 대처할 수 있을 때까지 훈련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벤처펀드 뉴인더스트리매니지먼트의 설립자 알렉스 로이는 테슬라가 진정한 무인 자율주행 기술에 도달한다면 웨이모를 비롯해 라이더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들은 "치명적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이다 없이 카메라와 AI만으로 완전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면 자동차가 가볍고 저렴해지며 주행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처음으로 자율주행에 대해 언급한 것은 2016년 말이다. 당시 그는 내년이면 자율주행으로 미국 대륙횡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시기는 매년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번엔 막연한 '내년'이 아니라 정확한 기술수준과 행정절차를 감안할 때 자동차의 미래를 바꿔놓을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 기술이 언제쯤 가능한지 명확한 로드맵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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