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 / 사진=(주)애닉
고준은 지난 4일 종영한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극본 서주연, 연출 변영주)에서 형사인 노상철을 연기하며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냈다. 전작 KBS2 ‘바람피면 죽는다’가 2020년 방송했으니 무려 4년 만이다.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마주한 고준을 반가워했고, 그의 연기를 보며 박수를 보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첫주 2%대로 시작해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마지막 회에서 8.8%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웰메이드 수작이라는 평가 아래 작품성과 인기를 모두 거머쥐었다.
“노상철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감방에 집어넣은 사람에게 살해당해 세상 모든 범죄자를 싸잡아서 미워하는 상태였어요. 그러다 보니 강제 진압을 하게 돼 좌천된 거였죠. 그리고 무천시에서 나쁘게 봤던 고정우(변요한)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점차 객관적 시선으로 인물이 성장해 가요.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범죄자로 취급한 사람들 중에서도 억울한 사람도 있을 거고, 나의 짧은 식견으로 인해서 착한 사람도 괴물로 취급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상철의 극 중 변화와 함께 제 스스로도 그걸 깨닫게 됐죠.”
고준 / 사진=(주)애닉
“요즘 진실과 거짓의 공방 시대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이 아닌 일 때문에 힘들어지고, 진실을 호소해도 묵인되잖아요. 이 작품이 이러한 서사로 이뤄져 있어요. 누군가는 강력하게 짱돌을 던져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작품 안에서는 그 역할을 노상철이 해요. 처음 설정은 지금처럼 강력한 짱돌은 아니었는데 제가 요청을 했어요. 모두가 억울하고 나쁜 상황에 놓이기보다는 누군가 이를 부숴서 해소하는 과정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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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MBC와 시청자에게도 여러 의미로 선물 같은 작품이었지만 고준에게도 그러했다. 작품 완성도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지만, 드라마가 지닌 성찰적 전개가 스스로에게 위로와 힘을 줬다.
“마지막 회에서 고정우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노상철에게 묻는데 ‘보통의 삶을 살아가라’고 대답해요. 저에게 보통의 삶은 기준을 낮추는 거거든요. 좀 염세주의적인 성향이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울림을 크게 가졌어요. 그래서 요즘 기분이 매우 좋아요. 특히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항상 수작에 목말랐어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으로 수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첫 단추를 꿴 것 같아요. 앞으로 제 필모그래피 중에 제일 먼저 이 작품을 언급할 것 같아요. 저한테는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고준 / 사진=(주)애닉
“변요한과는 촬영 초반에는 안 친했어요. 드라마 서사대로 실제 유대도 쌓았어요. 고정우와 노상철이 친해지는 수순대로 친해졌죠. 이런 것들을 서로 이야기도 안 했지만 연기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하더라고요. 저는 극 안에서 관계성이 멀면 실제로도 멀리하고 그래요. 그래야 연기가 아닌 진짜가 나오니까요. 지금은 정말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베스트 커플상 받을 것 같아요. 법원에서 정우가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둘이 공원에서 포옹하는 신이 있어요. 제가 딱 서있는데 요한이가 저한테 다가와서 안긴단 말이에요. 요한이가 다가오는데 저한테 키스하는 거 아닌가 할 만큼 ‘심쿵’하더라고요. 베스트 커플상 받을 것 같아요.(웃음)”
2001년 데뷔한 고준은 올해로 배우 23년 차다.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수많은 작품에서 얼굴을 내비쳤고, 다양한 역할로 얼굴을 바꿔끼웠다. 그는 “작품 하면서 항상 갖는 작은 목표인데 기존 캐릭터에서 비껴가려고 해요. 전작을 답습하는 건 준비를 덜하는 느낌이 들어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데 이미 많은 캐릭터를 해서 비껴가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비껴감이라는 게 멋있는 걸 멋있지 않게, 슬픈 걸 슬프지 않게, 웃긴 걸 진지하게 하는 방식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매 출연작마다 언제나 작은 비껴감으로 늘 신선하고 미덥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