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정책 국감의 정석'을 보여줬다. 전날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정쟁 국감의 끝판왕'을 보여줬던 그 상임위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날 과기정통부와 우주항공청 등 피감기관과 관련된 전 분야를 아우르며 가장 날카롭고 참신한 정책 질의를 선보인 인물은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피감기관과 일반 증인을 긴장하게 만들며 '초선 의원의 날카로움'을 한껏 뽐냈다. 박 의원은 과기정통부 소관인 '아태이론물리센터'에서 일어난 각종 갑질·비리 의혹을 수면 위로 떠올렸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직원 성희롱 및 인사 갑질 의혹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에서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사이 지식재산권 분쟁 이슈를 꺼내며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호응도 끌어냈다. 박 의원은 "한화에어로가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지식재산권 공동 소유를 주장하며 분쟁을 만들고 있다"며 국가 우주 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 분쟁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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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꼼꼼한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LTE 요금제가 5G보다 비싼 '역전현상'일 발생한 점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1300만명에 달하는 LTE 사용자가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통3사는 모두 해당 내용에 공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전날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애플 아이폰16 단말기 가격에 대한 문제점을 집요하게 캐내며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의 사과를 받아냈다. 또 지난해 R&D 예산 삭감 폭풍이 지나간 가운데 올해 글로벌 R&D 예산이 4배 가까이 증액된 점을 지적하며 '눈먼 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AI 산업의 핵심이 되는 데이터센터 설립 필요성을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 김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지방자치단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과 소통이 미흡한 거로 안다"며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고 해외 사례를 봐야 할 것 같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AI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R&D 기초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생애기본연구 및 소형 과제 예산을 되살려야 한다"고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정책을 질타했다. 또 카메라 앱인 '스노우'(SNOW)의 'AI헤어샵' 서비스에서 부적절한 이미지가 합성돼 피해가 발생한 점을 예로 들며 딥페이크 범죄 우려를 각인시켰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넷플릭스의 영업이익 축소 의혹을 파고들어 이들로부터 한국 콘텐츠 재투자 외 사회공헌사업 추진 약속을 받아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과학기술계 여성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신 의원은 "연구계 전체 정규 인력 중 여성 비율은 17%에 못 미치고 연봉은 남성 연구원의 88%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적극적으로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과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AI 학습·연산을 위한 필수 조건인 GPU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김현 민주당 의원은 국내외 삼성전자 태블릿PC 보증기간 차이 문제를 지적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제4이동통신사 출범의 중요성과 기대감을 강조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알뜰폰을 통한 대포폰 발생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도 깔끔한 회의 진행 능력을 보여줬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방송' 이슈에 휩싸여 사흘에 걸친 인사청문회, 긴급 현안 질의 등을 통한 정쟁이 주가 돼 온 과방위는 이날 여야 모두 충분한 정책 질의를 하며 저녁 식사를 위한 정회 없이 오후 7시40분 쯤 국정감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