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헬스디깅족은 말 그대로 건강에 대해 파고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한다. 그런데 이런 헬스디깅족은 기존 우리의 인식과 달라졌다. 건강에 관한 관심은 대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기기 마련이다. 아무리 건강에 자신이 있어 관리하지 않았어도 나이를 속일 수는 없다. 한 번 건강에 위기를 겪으면 부랴부랴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이 헬스디깅족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헬스디깅족의 상당수는 젊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즉 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에 관심이 커졌고 여러 현상으로 나타난다.
또 하나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이다. 육식 대신 비건을 하는 트렌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풍인 것은 이 때문이고 나아가 몸에 좋다면 예전 음식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할매니얼음식 선호다. 할머니나 좋아할 것 같은 흑임자가 들어간 떡이나 음료를 챙기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맥락은 또 있다. 즉 러닝크루에겐 실용적인 목적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존재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NS에 올리면 더욱 호손효과와 맞물려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있을 때 좀 더 긴장하고 일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을 자발적으로 선택했을 때 유효적절할 수 있다.
공부하는 자신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는 브이로그 방식의 기록도 같은 맥락에 있다. 공부하는 모습을 자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도와 과정을 공유하면서 최종 목적까지 이르는 것이 목적이다. 지켜보는 이들은 모두 느슨한 관계로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없고 다만 같은 관심사항을 공유하는 이들이다. 문화 취향의 공동체를 형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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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합리화될 수는 없다. 앞서 뻐꾸기크루만이 아니라 러닝크루족이 시민들에게 갖가지 민폐를 낳고 있기에 각 지자체가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회·문화적 흐름까지 만들지만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것은 삼가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