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자격 위해 문제집 표지갈이"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이승주 기자 2024.10.0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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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국정감사]

근 초중고교 검정교과서 심사를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등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기자실에 비치돼 있다/사진=뉴시스 /사진=강종민근 초중고교 검정교과서 심사를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등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기자실에 비치돼 있다/사진=뉴시스 /사진=강종민


야당이 '뉴라이트 교과서' 논란이 일고 있는 출판사 한국학력평가원에 대해 "검정 교과서 출판 자격을 충족하기 위해 과거 출판했던 문제집의 표지만 바꿔 재발간했다"고 공세를 높였다. 출판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수기 한국학력평가원 대표는 8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표지 갈이 논란에 대해 "법률이나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지난 8월 말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교과서 검정을 통과해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야당은 한국학력평가원이 애초 교과서 검정 신청 자격이 없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평가원은 교과서 검정을 신청하려면 '최근 3년간 검정 신청 교과와 관련된 도서를 한 권 이상 출판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한국학력평가원은 단 한 권의 고교 문제집 출판 실적만 제출했다. 해당 도서는 2023년 발간됐음에도 내지에는 '2008학년도 수능 대비'라고 쓰여 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2007년도에 만든 문제집을 2023년도에 다시 출판했다"며 "이 책을 만들지 않았으면 검정 교과서를 넣을 자격이 되지 않는다.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실적을 만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수능이 5개년마다 계획이 바뀌는데 2007년에 발행된거면 2023년까지 16년 시험 계획이 세번은 바뀐 것"이라며 "2023년 발간됐지만 내용은 2006년까지 수능 관련이라 최근 3년간 제대로 된 책을 발행했다는 요건에 사실상 부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대표는 "과거 한국사 참고서 4종을 출판했고 새로운 한국사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영업을 위해 그 4종의 데이터를 복원해 문제집을 만들려고 했다"며 "복원 과정에서 한 권만 복원돼 발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쿽익스프레스' 파일로 돼 있던 것을 '인디자인'으로 조판 환경을 완전히 바꿔서 본문과 표지를 전부 새로 찍었다"고 강조했다.

백승아 민주당 의원은 김 대표의 딸인 김설임 과장에게 "표지갈이 문제집에 책임 편집자로 기재돼 있다"며 "본인이 (문제집 제작을) 직접 기획했나, 누구에게 지시를 받았나"고 물었다. 그러자 김 과장은 "제가 이걸(문제집) 책임 편집한 적 없다"며 "만약 했으면 사장님이 시킨 일을 그때그때 하기 때문에 그 과정 중에서 뭔가를 했다는 일은 있겠지만 정확히 기억나는 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 과장은 10년 정도 근무했고 주편집자"라며 "표지 디자인 과정에 다른 책 판권 샘플을 넘겼고 항목에 그대로 사용된 것이다. 사실 확인 못하고 관행적 일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라고해명했다.


해당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는 논란을 받은 김건호 교육부 청년보좌역도 질타를 받았다. 교육부 소속은 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할 수 없는데, 지난해 11월 교육부에 채용된 김 보좌역이 그해 12월 제출된 검정 신청서에는 교육부가 아닌 이전 소속이 기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보좌역은 이와 관련해 "(제 소속은)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전 소속을 기재한 것에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국사 교과서 검정을 맡은 평가원은 한국학력평가원의 검정 신청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승걸 평가원 원장은 "검정 공고에 안내한 대로 최근 3년 이내에 최소 1종 이상의 도서를 발행했기 때문에 한국학력평가원이 그 요건을 충족했다고 봤다"며 "평가원 검증 업무의 핵심은 교과용 도서가 학교에 배표되는게 적절한지, 실제로 출원된 교과서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지갈이 논란이 있는 만큼 검정을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검정 합격 공고 이후 불거진 문제여서 판단이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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