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직인데 내년엔…" 갈 곳 없는 신입 회계사의 솔직한 심정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2024.10.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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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사진=금융위원회


"직전까지 수험생이었던 만큼 미안하지만 내년 선발 인원이 줄었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올해 신규 회계사 선발 시험에 합격한 A씨는 아직 회계법인 입사를 확정짓지 않았다. 내년에라도 입사를 하려면 신규 선발 인원이 조정돼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1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입 회계사 선발 인원 1250명 중 200여명 가량은 아직 회계법인 입사 등을 결정짓지 못했다. 빅4(Big4· △삼일 △삼정 △한영 △안진) 등 대형 회계법인과 중견 회계법인 등이 신입 회계사 채용을 대부분 마무리 지었지만 아직 입사가 결정되지 못한 인원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감사원 지적 등에 따라 올해 최소 합격 인원을 1100명에서 1250명으로 늘렸는데 회계업계 불황이 겹쳐 이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 지적의 핵심은 신규 회계사 공급이 대형 회계법인 쪽으로 쏠린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등 회계 인력이 필요한 곳으로의 공급이 임금 격차 등으로 어려워지자 인력을 늘릴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신입 회계사의 1/6 가량이 입사를 확정짓지 못하는 상황은 회계업계로서도 문제다. 규정에 따라 회계사 시험 합격자는 1년 이상 정해진 기관 등에서 실무 수습을 거쳐야 등록 공인회계사가 될 수 있다. 신규 합격자가 다음해로 입사를 넘기면 계속해서 신규 회계사 실무 진출이 적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도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최운열 한공회장은 지난번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회계사 실무 수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공회 자체 수습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한공회에서 검토 단계에 있다.

다만 회계사 시험 합격자들 입장에서는 한공회의 자체 연수 프로그램이 있어도 선뜻 지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공회에서 연수를 받게 되면 올해 합격자들 중 취업 경쟁에서 밀렸다는 불리한 이력이 남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회계법인에서 경험하는 실무와 대비해 연수의 질적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생길 수 있다.

일부 합격자들은 1년을 유예해 내년에 다시 취업에 지원하는 방법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경우 회계업계가 내년도 신규 선발 인원도 올해처럼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경쟁 완화를 위해 내년 선발 인원이 올해보다 줄었으면 하는 의견도 미취업 합격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내년도 최소 신규 선발 인원은 다음달 중 금융위가 결정할 예정으로, 공인회계사 자격·징계 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해진다. 현재 한공회 의뢰로 회계학회 등이 적정 선발 인원에 대한 연구 용역을 수행하는 중이다.

회계업계 등에서는 단순히 선발 인원에 대한 논의를 넘어 회계사 실무 수습 등 전반적인 제도 및 산업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공공기관이나 정부부처에서도 실무 수습이 가능하고 수요도 있지만 이들로의 공급은 아직도 원활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채용이 일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채용이 마무리 된 후 현황을 볼 필요가 있다"며 "수험생, 회계업계,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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