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허리케인, 또 미국 향한다…대선 막판 변수로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10.08 15:40
글자크기

대형 허리케인 '헬렌' 상륙 2주 만에 초대형 허리케인 '밀튼' 플로리다 향해 북상…기후문제 대선 이슈로

7일(현지시간) 관측된 허리케인 '밀튼'의 모습./ 사진=콜로라도 주립 대학 대기협동연구소(CIRA),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7일(현지시간) 관측된 허리케인 '밀튼'의 모습./ 사진=콜로라도 주립 대학 대기협동연구소(CIRA),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2주 전 미국을 휩쓴 대형 허리케인 '헬렌'에 이어 초대형 허리케인 '밀튼'이 미국 플로리다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연달아 닥친 재난도 선거전에 활용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보도를 종합하면 밀튼은 멕시코 걸프만 일대에서 플로리다를 향해 시속 9마일(14.4km)로 이동 중이다. 최대 풍속은 시속 180마일(290km)로, 밀튼은 허리케인 등급 중 가장 강력한 카테고리5를 부여받았다. 카테고리5는 최대풍속이 시속 157마일(252㎞) 이상으로, 주택 붕괴 가능성이 높고 정전이 수주~수개월 지속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허리케인에게 부여된다.



2022년 쿠바와 플로리다 일대를 강타, 16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안과 지난 7월 멕시코 유카탄 반도, 텍사스 일대를 휩쓸어 70명의 목숨을 빼앗은 '베릴'이 카테고리5 허리케인이었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오는 9일부터 플로리다 서부 템파베이 일대를 시작으로 폭우와 돌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예보했다. NHC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며 "8일 밤까지 안전 준비를 끝마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보에 따르면 밀튼은 11일쯤 플로리다를 완전히 벗어나 버뮤다 해역에서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는 카테고리4 허리케인 헬렌이 남긴 피해도 아직 추스르지 못한 채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이틀 전 예보에 비해 밀튼이 훨씬 빠르게 세력을 키웠다면서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 제인 캐스터 템파 시장, 켄 그레이엄 국립기상청장과 통화해 헬렌으로 인한 피해 복구와 대피 상황을 논의했다. 앞서 헬렌은 플로리다, 조지아,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 등 6개 주에서 최소 230명을 사망케 했다. 재산 피해는 30억 달러(약 4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일 노스캐롤라이나 피해 지역을 찾아 "누구도 더 이상 기후위기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기후변화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던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같은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조지아 주 피해 현장에서 "허리케인이 남긴 현실적 고통"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연방비상관리국(FEMA)이 재난구호기금 10억 달러를 불법 이민자들에게 지급한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집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지급한 지원액은 750달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FEMA는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이재민에게 지급된 750달러는 전체 지원금의 극히 일부라고 해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짜 뉴스를 살포하고 있다면서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도 "이 정도 수준의 (가짜 뉴스는) 본 적도 없다"면서 "구호가 필요한 국민들에게 정부에 대한 불신을 심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대서양 일대에서 허리케인 밀튼, 커크, 레슬리가 동시에 발달한 모습./ 사진=콜로라도 주립 대학 대기협동연구소(CIRA),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지난 6일(현지시간) 대서양 일대에서 허리케인 밀튼, 커크, 레슬리가 동시에 발달한 모습./ 사진=콜로라도 주립 대학 대기협동연구소(CIRA),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한편 유럽은 카테고리4 허리케인 '커크'의 위협에 놓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커크의 최대 풍속은 시속 145마일(233km). 커크는 8~9일 사이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서양 해상에서는 카테고리1 허리케인 '레슬리'가 활동 중이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 대학 대기합동연구소(CIRA)에 따르면 10월 대서양에서 허리케인 3개가 동시에 발달한 것은 관측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캐리 모크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지리학 교수는 더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허리케인 위협이 변화하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허리케인은 더 높은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허리케인이 헬렌처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럽이 잇따라 허리케인 위협에 놓이면서 기후문제는 이번 대선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팀 월즈와 JD 밴스가 맞붙은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월즈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밴스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탈탄소 정책 때문에 자국 에너지 산업이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행동단체 예일클라이밋커넥션 소속 기상학자인 밥 헨슨은 AP 인터뷰에서 "헬렌은 수백만 미국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재난과 기후문제를 잇는 연결고리"라며 "기상이 중요한 선거 요인이라는 사실을 종종 간과하곤 한다"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