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 울고 웃는 보험주···같은 밸류업주인데 분위기는 '제각각'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4.10.0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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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약환급준비금 누적액/그래픽=김지영해약환급준비금 누적액/그래픽=김지영


최근 발표된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보험주들의 분위기가 엇갈린다. 자본건전성 볼륨에 따라 주주환원에 쓸 수 있는 자금이 영향을 받게 돼서다. 밸류업 지수에 편입됐지만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배당 불확실성으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흐름과 당국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증권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대부분 보험사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국채금리와 유가상승 여파로 뉴욕 3대 지수가 떨어졌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부진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산 기준 손보업계 3위인 현대해상 (30,800원 ▼250 -0.81%)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지난 2일 3만3000원대였던 주가가 3만원대까지 순식간에 떨어졌다. 9월초까지만해도 3만5000원대였다.

이 같은 흐름은 2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해약환급금준비금 정책 방향과 무관치 않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022년 신설된 제도다. 보험부채를 가입 당시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새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시가평가된 보험부채가 기존 부채보다 적으면 그 부족한 만큼 이익잉여금 내에서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세법상 손금으로 처리되고 배당재원에서도 제외됐다.



문제는 제도 시행 후 보험사들의 신계약 경쟁이 치열해져 준비금 적립액이 크게 불었다는 점이다. IFRS17 도입 전인 2022년 2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32조20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6월말 기준으론 38조5000억원이 됐다. 불과 1년6개월 새 62.4%(14조8000억원) 급증했다.

보험사의 배당가능금액이 크게 줄었고, 법인세 이익규모도 쪼그라들며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자본건전성이 일정 수준 이상인 보험사들에게 해약환급준비금을 현행 대비 80% 수준으로 낮추는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개정하게 된 것. 자본건전성의 기준은 올해 킥스(K-ICS) 200% 이상이다.

결과적으로 자본건전성이 높은 보험사들은 배당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자본건전성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그 가능성이 준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보험사들 중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 (327,500원 ▼9,000 -2.67%)(278.9%), DB손해보험 (110,200원 ▼3,900 -3.42%)(229.2%), 메리츠금융지주 (99,000원 ▼300 -0.30%)(메리츠화재 209.3%)는 이번 정책 기준에 포함이 되지만 현대해상은 169.7%로 적용 대상이 아니다.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 이상을 넘는 괜찮은 자본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배당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정책 방향으로 시장의 우려 대상이 됐다. 현대해상은 상반기 기준 8330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꾸준히 20% 넘는 배당성향을 유지해 왔다. 좋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높은 결산배당이 기대됐었지만 배당재원 마련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 같은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밸류업 흐름과 당국 정책 방향이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흘러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세법상 비용으로 처리돼 온 준비금이 3조원 넘게 감소하게 돼 보험사 법인세 납부액이 당초 예상보다 1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정책 결정이었다"며 "보험업계에선 밸류업보단 세금을 우선순위에 둔 제도 개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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