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정부부처 아니다?…'이럴 때만' 공무원[BOK학생]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10.0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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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BOK는 한국은행(Bank of Korea)의 약자입니다. 복학생은 한국은행을 공부합니다. 한은, 경제와 관련된 내용은 무엇이든 다룹니다. 금리, 물가, 환율… 숫자가 난무하는 BOK 이슈 속에서 못다한 여러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학생의 시선에서 다양한 한은의 이야기를 함께 공부하겠습니다.

현재는 화폐박물관으로 운영 중인 2013년 한국은행 전경  /사진=이동훈 기자현재는 화폐박물관으로 운영 중인 2013년 한국은행 전경 /사진=이동훈 기자


한국은행은 하는 일이 많습니다. 화폐도 발행하고 정부와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도 합니다.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외환보유고도 관리합니다. 국내외 경제 연구와 대국민 경제교육도 한은의 역할입니다.

그중에서도 핵심 책무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입니다. '통화정책'이라는 수단으로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금리와 통화량을 관리합니다.



그렇다면 한은은 정부 기관일까요? 이름만 보면 그래 보입니다. 기획재정부와 함께 우리나라 거시경제의 한축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요. 거기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한은이 결정하니까요.

하지만 한은은 정부부처가 아닙니다. 한은의 법적 성격은 한은법에 따라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입니다. 무자본 특수법인은 공익을 위하거나 범국가적으로 광범위하게 운영돼야 하는 사업을 영위하고자 별도 법률을 제정해 설립된 법인을 말합니다. 또 다른 무자본 특수법인으로는 금융감독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은은 정부조직법이 아니라 한국은행법에 따라 운영됩니다. 한은의 독립성은 법으로 보장합니다. 한은법 제3조에 따르면 한은의 통화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돼야 합니다.

정부가 경제성장만을 위해 통화량을 과도하게 늘릴 경우 금융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제학 연구를 통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보장받을수록 국가 경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는 사실이 입증돼왔습니다.

얼마 전 대통령실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입니다. 지난 8월 금통위가 13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직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며 이례적인 평가를 했고 곧 '한은의 독립성 훼손' 논란에 불이 붙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입니다. 독립성 훼손 지적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다음날 "오히려 독립성이 있으니까 금리 동결이 '아쉽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대응했습니다.

당시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2주 뒤에 열렸던 '서울대-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금통위 결정이 옳았는지에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안타까운 것은 왜 우리가 금리인하를 망설일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늪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라고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은이 정부부처가 아니다 보니 한은 직원들도 공무원이 아닙니다. 공무원연금 대신 국민연금에 가입돼있습니다. 다만 윤리강령은 공무원에 준해 적용됩니다. 공무상 범죄를 저질렀을 때만 공무원으로 의제돼 처벌받습니다. 한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무원의 이점은 없지만 책임은 가득하다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자평도 나옵니다.

한편 한은이 정부의 입김을 받는 관습적인 부분이 남아있기는 합니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대통령이 임명하고 금통위원 구성에도 개입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은 직원들의 급여 예산은 기재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돼 있습니다.

22대 국회에서는 기재부 장관의 사전 승인범위를 한은 전체 급여에서 금통위원 급여만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이 발의돼있습니다. 개정안은 "한은 직원 전체의 급여 예산을 정부가 사전 승인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만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당시 한은 노조는 전 직원 서명운동을 펼쳐 총 1442명의 직원이 법 개정을 지지했지만 끝내 무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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