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은 왜 그랬을까[우보세]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10.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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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9.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9.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최근 만난 농협 고위 관계자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야기를 꺼냈다. 역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훌륭한 회장을 꼽으라면 무조건 '임종룡'이란다. 임 회장은 10년 전 농협금융 회장이었다. 중앙회와 금융지주의 골이 깊은 시점 취임한 임 회장은 갈등을 봉합하고 조직을 안정시켰다. 특히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해 농협금융을 단숨에 4위로 올렸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을 떠나면서 "증권사 경영에 10년간 간섭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중앙회 출신이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로 내려가는 관행이 있었지만 10년은 전문가에 맡겨야 한다는 당부였고, 농협은 이 약속을 지켰다.



임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그를 지근거리에 모신 관료들은 "훌륭하고 유능한 행정가"라고 칭송한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도맡아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율했다. 언론사도 현장기자뿐 아니라 데스크(부장)까지 모아 간담회를 열고 직접 구조조정 필요성을 설득할 정도였다.

그랬던 임 회장에 대한 평가가 최근 확 달라졌다. '금융당국과 소통 못하는 CEO', '조직 갈등을 봉합 못한 리더'라는 비판이 들린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처남, 처남의 배우자, 장인) 관련 350억원 부당대출에 임 회장답지 않은 대처를 했다는 뼈아픈 지적이 많다. 우리은행 경영진은 지난해 10월쯤 문제를 인지하고도 즉각 징계하지 않았다. 임 회장 역시 올해 3월쯤 보고 받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금융감독원이 5월 검사에 착수한 건 정작 우리은행이나 우리금융 보고가 아닌 외부 투서 때문이었다.



우리금융 대처 방식도 상식적이지 않다. "여신심사 소홀이라서 금감원 보고 의무가 없다"는 보도자료를 낸다. 그러면서도 금감원이 언론에 공론화하자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배임·사기·사문서 위조로 경찰서에 수사 의뢰해 앞뒤가 맞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

계열사 부당대출 사례를 보면 '짬짜미'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1월 친인척이 우리은행 대출이 막히자 우리은행 출신 계열사 임직원이 저축은행, 캐피탈을 통해 대출을 내줬다. 처남 회사에 재취업한 우리은행 출신 직원이 연결고리였다. 우리나라 5대 금융지주에서 버젓이 벌어진 일이다.

임 회장은 정작 잘 몰랐다. 뒤늦게 알았지만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 남들이 볼 때는 묵인, 소극적 방관을 넘어 동조, 협조로 보여질 상황에 몰렸다. 존경받는 CEO, 훌륭한 행정가 답지 않은 대처에 해석은 분분하다. 끼리끼리 조직 문화를 간과했거나 과감한 결단을 못 내린 패착이란 지적도 많다.


임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으로선 처음으로 국정감사(10일)에 출석한다. 불명예다. 평소 성품으로 볼 때 남탓 하지 않고 "모두 내탓"이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니다. 그래서는 잘못된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는다. 냉정하게 평가하고 책임질 사람은 도려내야 한다. 거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가 남은 임기엔 달라져야 한다. 지금 급한 것은 보험사 인수가 아니다.

권화순 금융부 차장권화순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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