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9.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임 회장은 농협금융을 떠나면서 "증권사 경영에 10년간 간섭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중앙회 출신이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로 내려가는 관행이 있었지만 10년은 전문가에 맡겨야 한다는 당부였고, 농협은 이 약속을 지켰다.
그랬던 임 회장에 대한 평가가 최근 확 달라졌다. '금융당국과 소통 못하는 CEO', '조직 갈등을 봉합 못한 리더'라는 비판이 들린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처남, 처남의 배우자, 장인) 관련 350억원 부당대출에 임 회장답지 않은 대처를 했다는 뼈아픈 지적이 많다. 우리은행 경영진은 지난해 10월쯤 문제를 인지하고도 즉각 징계하지 않았다. 임 회장 역시 올해 3월쯤 보고 받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금융감독원이 5월 검사에 착수한 건 정작 우리은행이나 우리금융 보고가 아닌 외부 투서 때문이었다.
계열사 부당대출 사례를 보면 '짬짜미'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1월 친인척이 우리은행 대출이 막히자 우리은행 출신 계열사 임직원이 저축은행, 캐피탈을 통해 대출을 내줬다. 처남 회사에 재취업한 우리은행 출신 직원이 연결고리였다. 우리나라 5대 금융지주에서 버젓이 벌어진 일이다.
임 회장은 정작 잘 몰랐다. 뒤늦게 알았지만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 남들이 볼 때는 묵인, 소극적 방관을 넘어 동조, 협조로 보여질 상황에 몰렸다. 존경받는 CEO, 훌륭한 행정가 답지 않은 대처에 해석은 분분하다. 끼리끼리 조직 문화를 간과했거나 과감한 결단을 못 내린 패착이란 지적도 많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임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으로선 처음으로 국정감사(10일)에 출석한다. 불명예다. 평소 성품으로 볼 때 남탓 하지 않고 "모두 내탓"이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니다. 그래서는 잘못된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는다. 냉정하게 평가하고 책임질 사람은 도려내야 한다. 거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가 남은 임기엔 달라져야 한다. 지금 급한 것은 보험사 인수가 아니다.
권화순 금융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