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빅플래닛메이드엔터
‘만화’의 트랙들은 깊이 있지만 무겁지 않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서 우두커니 비몽사몽 허수아비”(‘반투명 이방인’)라며 공허함 속을 떠다니고, “나 예민한 거 아는데 그래도 날 안아줄 사람 없나요”(‘무무의 하루’)라며 날카로운 마음을 드러내도 이 아픔의 낱말들이 수면 아래로 갇히지 않도록 사운드를 반대의 것으로 낸다. 발랄까진 아니지만 그 경계에 놓인 청명한 사운드다. 또 트랙마다 감성이 비교적 일치하는데, 곡마다 미묘한 차이를 둬 청자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한다.
사진=빅플래닛메이드엔터
이무진은 ‘만화’를 “멋진 시기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은 앨범”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사람마다 각자 생각하는 멋진 시기가 다르기에 나이대를 특정 짓고 싶지는 않다”라며 앨범에 담긴 청춘의 화자를 청자의 마음으로 결정짓게 한다. 그에게 청춘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며 그것들을 할 수 있는 산소가 있고, 호흡기가 온전하다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고, 때문에 그의 음률들은 숨이 붙어있는 날까지 청춘의 공간이 머물 것이라는 기대를 준다. 때문에 ‘만화’가 노래하는 청춘은 더 어여쁘게 들린다.
‘만화’의 음률을 떠내고 청춘의 대상을 고민하며 이무진은 음악적 정체성과 자아가 함께 성숙한 듯하다. 그간 혼자 곡을 만들며 충분한 성공을 이룬 그는 이를 유지하며 자신에게서 비롯된 음악에만 골몰할 수 있었다.(미니 1집에서 그는 전곡 작사, 작곡을 단독으로 했다.) 하지만 이무진은 ‘만화’에서 YEGNY, Factist, Jossh, W.Darmody, Young Wonhee 등 여러 뮤지션과 협업하며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을 각 트랙에 녹여냈고, 자신의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진화시켜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