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
월급이 오르는 만큼 같이 증가하는 확정급여형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확정기여형을 택하고 운용을 방치했다면 곤란할 수 있다. 20년 후 내가 받을 연금이 같이 입사한 동기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받을 수 있어서다. 연금 자산은 보관이 아니라 '투자'여야 한다. 확정기여형이라면 더욱 그렇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의 82%는 여전히 예금에 기반을 두고 있고 그것도 이자가 많지 않은 1년 만기 예금에 편중됐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알맞은 펀드를 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유형에 얼마나 배분하느냐는 특히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자산 배분의 어려움이다. 이를 고려해서 설계된 연금 상품이 '자산 배분형 재간접펀드'다. 위험률이 유지되도록 전문가들이 여러 유형의 펀드를 편입하고 그 비중을 조정하는 '밸런스드 펀드(BF)'가 대표적이다.
연금 자산의 간접투자에 다르게 접근하는 방식도 있다. 바로 자금의 집합(pooling) 운용이다. 개개인의 확정기여형 적립금을 기금의 형태로 모아 외부 전문가가 운용하는 '집합 확정기여형(CDC)' 퇴직연금이 대표적이다. 이런 방식의 퇴직연금 집합 운용이 가능하려면 기금형 지배구조가 필요한데,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푸른 씨앗'이 집합 확정기여형을 위한 최초의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라 할 수 있다.
다만 최근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형 지배구조로 도입하려는 퇴직연금 기금은 논란이다. 다층 연금 체계에서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중첩은 그 자체로 제도 위험을 증가시킨다.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핵심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자금의 집합이지, 국민연금이라는 자금 운용 주체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퇴직연금 기금으로 평가되는 호주의 '슈퍼에뉴에이션'을 살펴보면 다양한 유형의 기금에 다양한 운용 주체가 참여한다. 적극적으로 간접 투자를 유치하는 경쟁 구도가 퇴직연금 투자 수익률의 성공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