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쭉쭉 빠지고 주가는 빵빵…위고비 상륙에 더 뜨거워진 K-비만약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홍효진 기자, 정기종 기자 2024.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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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적의 비만약 시대(下)

편집자주 이달부터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가 출시되며 약으로 살빼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로 체중을 최대 20% 줄일 수 있다.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는 시가총액이 약 560조원에 이른다. 또 다른 비만약 '마운자로'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는 시가총액이 약 1170조원으로 전세계 제약사 중 1위다. 국내 제약사의 비만치료제 개발 열기도 뜨겁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100조원 규모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약으로 바뀌게 될 상황과 부작용 등을 짚어본다.

약으로 살빼는 시대 성큼…토종 비만약 대표주자는 누구?
국내 주요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현황/그래픽=이지혜국내 주요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현황/그래픽=이지혜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비만치료제의 파급력은 놀라울 정도다. '위고비'를 개발한 노보노디스크와 '마운자로'(젭바운드)를 개발한 일라이릴리의 시가총액(시총)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사회 분위기와 미(美,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 증가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100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이달 위고비 국내 출시가 예고되면서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높다고 알려진 마운자로 역시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앞서 출시된 '삭센다'와 같은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다. 다만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주 1회 투여로 사용 편의성이 높을 뿐 아니라 체중 감량 효과가 더 뛰어나다.



국내 기업도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 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전을 토대로 비만치료제 연구에 한창이다. 위고비, 마운자로와 같은 GLP-1 계열 약물뿐 아니라 독자적인 기전의 경구용(먹는) 치료제까지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 전통의 강호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비만치료제 도전장



국내 비만치료제 연구에서 가장 앞선단 평가를 받는 한미약품 (323,000원 ▲2,000 +0.62%)은 비만 정복을 목표로 지난해 9월 'H.O.P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비만 치료 전주기 영역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파이프라인 5종을 개발한다.

특히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로 개발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는 현재 임상 3상 단계로 국내 파이프라인 중 연구 속도가 가장 빠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최초의 GLP-1 비만치료제다. 2027년 상용화가 목표다. 또 25%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하는 GLP-1/GIP/GCG 삼중작용제 파이프라인 'HM15275' 미국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폐암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관문을 넘은 유한양행 (148,500원 ▲400 +0.27%)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YH34160'의 미국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YH34160은 GLP-1 계열로 전임상에서 위고비보다 높은 11.9%의 체중 감량 효능을 보였다. 뇌 하부에서 발견되는 특이수용체에 작용하는 기전으로 GLP-1 계열 약물과 병용 투여할 수 있단 점도 강점이다.


동아에스티 (70,900원 ▲100 +0.14%)는 미국 자회사인 뉴로보를 통해 현지에서 비만치료제 'DA-1726'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GLP-1과 글루카곤(GCG)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기전의 파이프라인이다. 비교 전임상 연구에서 GLP-1 관련 약물보다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최근 임상 1상 파트1에서 뛰어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DA-1726 임상 1상 파트1을 통해 다양한 용량에서 다른 치료제보다 뛰어난 안전성을 확인한 데 이어 파트2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궁극적인 신약 출시 시점은 2030년으로 목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상에서 위고비나 마운자로와 비교하는 실험을 했는데 음식 섭취량을 고려했을 때 더 뛰어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뉴로바이오젠·올릭스의 독자 기전 비만치료제 기대

뉴로바이오젠의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KDS2010' 연구 설명 사진. 지방 대사 조절 모식도.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IBS)뉴로바이오젠의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KDS2010' 연구 설명 사진. 지방 대사 조절 모식도.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IBS)
국내 바이오 벤처의 비만치료제 개발 도전 행보도 눈길을 끈다.

비상장 바이오 벤처 뉴로바이오젠은 국내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새로운 기전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티솔라질린'(Tisolagiline, 물질명: KDS2010)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국내 임상 1상을 마친 뒤 2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뉴로바이오젠은 시너지이노베이션 (2,960원 ▲10 +0.34%)의 신약 개발 자회사다.



티솔라질린은 GLP-1 관련 약물이 아닌 독자적인 신약 후보물질로 요요현상 등 부작용 우려가 적고 경구 투여로 환자 편의성이 뛰어나다. 전임상 단계에서 다양한 동물 모델을 통해 비교적 뛰어난 체중 감량 효능을 확인했다. 티솔라질린 연구는 지난해 9월 세계적으로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게재되며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올릭스 (21,800원 ▲3,840 +21.38%)는 자체 발굴한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및 비만치료제 'OLX702A'의 호주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OLX702A는 인간 유전체 연구를 통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설치류와 영장류 등 다양한 동물모델에서 지방간과 간섬유화 등에 대한 효력을 확인했고 인체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릭스는 특히 OLX702A가 GLP-1 계열 약물과 달리 식이 섭취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에너지 대사를 증진해 체중을 감량하는 기전이라 경쟁력이 높다 강조했다. 특히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GLP-1 관련 약물과 병용으로 사용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어 활용성이 뛰어나단 설명이다. GLP-1 관련 약물과 달리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살이 찌는 '요요현상' 부작용 우려가 적다는 점도 강점이다.



올릭스 관계자는 "OLX702A는 식이 섭취에 영향을 주지 않고 에너지 대사를 증진해 체중이 감량되는 독자적 기전의 신약 후보물질로 비만뿐 아니라 MASH 치료에도 효과적이고 GLP-1 관련 약물과 병용투여 때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영장류 효력시험에서 병용투여 때 단독투여보다 복부둘레 감소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등 환자의 건강을 증진하는 측면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치료제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 먼 국산 비만신약 기술, 어김없이 고개 든 '옥석가리기'
살 쭉쭉 빠지고 주가는 빵빵…위고비 상륙에 더 뜨거워진 K-비만약
글로벌 비만 신약 열풍은 국내 증시도 달궜다. 시장 관심이 집중되며 관련 파이프라인 또는 신약 후보를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 현상이 이어졌다. 다만 주목받은 기업들의 가시적 성과가 상승폭에 비해 제한적이거나 초기 단계라는 측면에서 또 한번의 '바이오 거품론'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고비와 젭바운드가 입증한 비만 신약 시장성은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사 재조명 기회로 이어졌다. 특히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국산 바이오 기술수출을 주도 중인 영역인데다, 상향 평준화 된 글로벌 비만치료제 체중 감소율을 뛰어 넘는 차별점에 눈을 돌리면서다.



비만 신약 분야서 가장 주목받는 플랫폼은 '장기 지속형' 기술이다. 특정 약물이 얼마나 오랜기간 체내에서 작용하는지를 결정하는 기술이다. 위고비와 젭바운드 모두 주 1회 투약이 필요한 품목이다. 과거 하루 1회 투약했던 것과 비교해 장족의 발전을 이뤘지만, 시장은 '월 1회' 제형에 주목하고 있다. 월 1회 투약 만으로 기존 치료제와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고속 성장 중인 글로벌 비만신약 시장에서 단숨에 패권을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이미 패권을 잡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역시 기존 품목의 지속 시간을 늘리는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는데 적극적이다. 특히 노보노디스크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자체 개발 중이던 자체 장기지속형 기술의 더딘 성과에 적극적 외부 기술 도입 의사를 밝히며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했다.

국내사 중엔 펩트론 (62,300원 ▲13,650 +28.06%)인벤티지랩 (20,900원 ▲750 +3.72%)이 해당한다. 펩트론은 체내 분해되는 구슬에 약물을 담아 일정 농도로 퍼트리는 방식의 펩타이드 장기지속형 플랫폼 '스마트데포'를, 인벤티지랩은 기존 장기지속형 주사제 단점 극복에 초점을 맞춘 'IVL-DrugFluidi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독자 플랫폼 기술 뿐만 아니라 이를 적용한 고유 신약 후보(공동개발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양사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계약 가능성이 부각되며 기업가치가 급등했다. 연초 2만원 수준이던 펩트론 주가는 지난 7월 말 9만원에 육박했고, 4월 9000원대였던 인벤티지랩 역시 지난달 2만5000원을 넘어서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디앤디파마텍 (41,000원 ▲400 +0.99%)라파스 (18,730원 ▲270 +1.46%)는 제형 차별화로 주목받은 경우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멧세라에 기술이전 한 경구용 비만치료제 'DD02S'를 보유하고 있고, 마이크로니들 패치 전문기업 라파스는 대원제약과 패치형 비만약을 개발 중이다. 두 방식 모두 현재 주류인 주사제 대비 높은 투약 편의성을 노리면서 효능 역시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해당 측면이 부각되면서 8월 초 2만원 중반대였던 디앤디파마텍 주가는 현재 4만원을 웃돌고 있고, 7월 초 1만원 이하였던 라파스 주가는 같은 달 중순 3만원을 넘어서는 급등세를 보였다.

시장의 과열된 분위기를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굵직한 글로벌 성과 기대감을 앞세워 치솟았던 주가가 미미한 결과값에 그치며 급락한 사례가 잦았던 바이오 업종 특유의 극심한 변동성이 배경이다. 앞서 언급된 기업들 모두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보여준 성과의 크기와 속도 대비 과도한 기대감이 양날의 검으로 돌아올 부담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펩트론의 경우 7월 고점 이후 기대했던 기술수출 계약이 아닌 1200억원대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이 먼저 이뤄지며 주가가 단기 급락했다. 인벤티지랩은 지난달 말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지만,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탓에 발표 이후 오히려 주가가 하향세를 타고 있다. 7일 종가 기준 양사 주가는 고점 대비 40%, 20% 이상 빠진 상태다. 디앤디파마텍과 라파스의 파이프라인 역시 연내 임상 1상 진입 예정 또는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주가 반영 시점이 다소 이른 것이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국내사의 방향성 자체는 올바른 쪽을 향하고 있다는 시선이 주를 이룬다. 이미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선점한 시장에서 약물 자체의 차별화 기전 보단 플랫폼과 제형을 통한 파트너 전략이 후발주자로서 합리적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항암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들이 글로벌 판매 1위 품목인 MSD 키트루다를 넘어서기 보단 병용 파트너 자리를 꿰차기 위해 차별화 요소를 내세운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GLP-1 단일 작용제의 경우 위고비의 특허만료가 2032년인데 저렴하고 임상데이터를 축적한 위고비 시밀러와의 경쟁이 4년밖에 남지 않았고, 이중 작용제 시장 성장과 추후 개발될 삼중 작용제까지 고려하면 포지셔닝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현재의 1주 제형의 변경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인 포지셔닝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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