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시들…건전성 관리 나선 은행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4.10.08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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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중소기업 및 대기업 대출 증가 규모/그래픽=이지혜5대은행, 중소기업 및 대기업 대출 증가 규모/그래픽=이지혜


은행권의 기업대출 경쟁이 식었다. 한때 공격적 영업으로 과당경쟁이 우려될 정도였으나 건전성 관리에 들어간 분위기다.

일부 은행은 최근 연체율 등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였다. 5대은행의 중소기업대출에서 1년간 발생한 부실채권만 9000억원에 이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은행의 지난달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 잔액은 661조7631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429억원 증가했다. 올들어 월간 기준 증가규모가 가장 작다.



중소기업대출 증가규모는 지난 3월 5조1655억원에 달했으나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지난달 새로 내준 대출보다 상환받은 대출규모가 더 크면서 잔액이 감소했다. 특히 5대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은 지난달 증가규모가 2617억원에 그쳐 전월(7305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출경쟁이 불붙은 대기업대출 증가폭도 크게 줄었다. 5대은행의 지난달 대기업대출 증가액은 2741억원으로 전월의 4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분기 말이라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큰 폭의 감소다. 지난 3분기 대기업대출 증가율은 2.9%로 지난 2분기와 비교해 6.7%포인트 하락했다.

회사채 금리상승과 가계부채 관리 등을 이유로 은행권은 2022년부터 기업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렸다. 2021년 말 179조3000억원이던 은행권 대기업대출은 지난해말 247조8000억원으로 2년 새 38.2% 증가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시장 분위기기가 바뀌었다. 은행권이 양적 성장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더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가계대출에 비해 높은 연체율 등이 부담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말 기준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53%로 가계대출보다 0.15%포인트 높다.


또 올 상반기말 기준 5대은행 중소기업대출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3조15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62억원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상반기말 기업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7%로 가계대출의 2배 가까이 된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시작된 가계대출 조이기도 영향을 줬다. 기업대출은 주로 주택담보대출인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고 그만큼 CET1(보통주자본비율) 등 자본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자본건전성이 악화하면 배당에 나서기가 부담스럽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회사채 시장이 조금씩 온기가 도는 것도 기업대출 감소원인 중 하나다. 이전에는 기업들이 회사채보다 이자가 싼 은행대출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회사채 발행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달 회사채는 전월보다 약 2.5배 많은 2조6078억원이 순발행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현장에서도 예전보다 은행간 기업대출 경쟁이 약해진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최근 기업대출에 초점을 맞추던 은행들도 이제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으로 한동안 이런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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