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가구 거리의 모습. 불경기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고 주방 기기와 가구를 거래하는 황학동의 분위기도 축 가라앉았다./사진=최지은 기자
7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가구 거리에서 37년째 의자를 판매하는 최모씨(62)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3달 전쯤 창고 하나를 처분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최씨 가게가 있는 골목에서만 3곳이 폐업했다.
최씨는 "지난 6월부터 창고가 꽉 차서 중고 물품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들어오는 물건은 많은데 팔리는 물건이 없으니 자금 순환이 안 된다. 노후 자금도 다 투자하고 자녀에게 가게를 물려주려 했는데 이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영업자는 563만6000명으로 취업자의 19.7%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3년 이후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학동 주방·가구 거리에서 37년째 의자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최모씨(62)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3달 전쯤 가지고 있던 창고 하나를 처분했다. 유지 비용을 감당하는 게 힘들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최씨 가게가 있는 골목에서만 3곳이 폐업했다./사진=최지은 기자
길거리에는 짐수레를 끌고 있는 손님 1~2명만 보였다. 상점 주인들은 대부분 가게 앞에 의자를 편 채 앉아있었다.
10년째 중고 그릇 등을 판매하는 한 그릇 가게 사장은 "오히려 코로나19 때는 배달 업체들이 창업을 많이 해서 물건이 나갔는데 요즘은 아예 손님이 안 온다"며 "손님들이 지나갈 때 물어보면 알려주려고 밖에 그냥 앉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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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가게를 여는 이들이 사라지면서 이른바 '땡처리 시장'도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상인들은 집기를 대량으로 판매하려는 사람들은 있지만 사가는 사람이 없어지며 중고 시장도 활기를 잃었다고 했다. 한 상점이 비워진 채 잠겨있다./사진=최지은 기자
폐업 후 집기를 처리하는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한 누리꾼은 "요즘 폐업 가게들이 많다"며 "철거할 시간이 있으면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으로 판매해라"고 밝혔다. 다른 누리꾼도 "개인 간 거래로 직접 처분하는 게 가장 좋다"며 "이후에 폐업지원금을 꼭 받아라"고 했다.
자영업자 폐업은 곧 실업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다고 하더라도 감소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폐업이 늘었다는 것"이라며 "이는 실업률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정책 자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업장 규모를 줄이거나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지원센터의 역할이 필요하다. 직업지원센터가 준비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들을 위한 교육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