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황산 주요 지표/그래픽=김지영
반도체용 황산 생산 규모가 빠르게 늘기 시작한 건 2001~2008년이었다. 삼성전자가 2000년대 초 경기도 화성에 대규모 생산 단지를 건설하고 2008년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에 1조 원을 추가 투자하는 등 생산 규모를 확대하자 고려아연 역시 이 시기 반도체용 황산 2~6라인을 추가로 만들었다. 고려아연의 반도체 황산 생산량은 기존 연간 1000톤에서 7만톤으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생산라인을 늘리자 고려아연 역시 이에 맞춰 황산 설비를 증설하는 등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의 한 축을 맡았다.
반도체용 황산 산업은 태생부터 반도체 산업 성장과 맞물렸기에 고려아연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은 신규 생산라인 계획 단계부터 긴밀한 협의 과정을 거친다. A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증설을 준비할 때 반도체용 황산 공급사들의 공급 가능 물량 등 모든 경우의 상황을 반영해 진행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계는 고려아연 등 반도체 황산 공급처에 평소 유지해야 하는 필수 적정 재고를 요구하기도 한다.
고려아연 황산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공급선 다각화를 진행했다. 2022년 민노총 화물연대가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공정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고려아연 봉쇄에 나선 경험 등을 발판으로 해외에서도 공급선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가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탓에 고려아연 황산 공급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라인 중단 등 최악의 경우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일각에선 황산 공급 문제가 한국과 대만, 일본 등 우방국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계획과 맞물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의 한 축을 맡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결과에 따라 해외 매각에 대한 가능성이 열리면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최우선 고려사항인 미국에도 변수가 된다는 것. MBK 관계자는 "핵심 기술이 유출되고 인수 후에 중국에 매각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없는 억측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며 "고려아연이 국가기간산업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