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거나 나쁜 동재', 익숙하거나 새로운 서동재를 만날 시간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10.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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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빙/사진=티빙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비밀의 숲' 서동재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철저히 동재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전히 동재다운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도 예고했다.

tvN '좋거나 나쁜 동재' (연출 박건호, 극본 황하정·김상원)은 스폰 검사라는 과거의 부정이 낙인처럼 찍힌 탓에 앞날이 깜깜한 청주지검 서동재 검사가 재개발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던 중, 여고생 살인 사건을 맡게 되면서 검사로서의 촉과 기회주의자의 본능 사이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로 오는 10일 티빙에서 최초 공개되며 14일부터 월화드라마로 TV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여러모로 특이한 드라마다. 서동재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tvN '비밀의 숲'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아니다. '비밀의 숲'의 주인공은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 서동재는 이들과 대립하는 반동인물이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이런 기분이구나. 주인공이 된다는 건"이라는 예고편의 대사처럼 서동재를 중심으로 끌어온 작품이다. 많은 인기를 얻은 드라마가 후속 시즌을 내놓는 경우는 많지만 '좋거나 나쁜 동재'처럼 조연을 극의 중심으로 가져와 깊게 파고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좋거나 나쁜 동재'의 전작인 '손해 보기 싫어서' 역시 서브커플 이상이와 한지현의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 '사장님의 식단표'를 만들었지만, 보통의 드라마와 달리 2부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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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독특한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서동재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 때문이다. '비밀의 숲' 첫 시즌 초반부에는 서동재는 완벽한 악인으로만 비춰졌다. 그러나 시즌1 후반부터 이미지가 바뀌었다. 황시목의 이중간첩 역할을 하며 도움을 줬고 이창준의 유언을 접한 시즌2에서는 상당히 변한 모습을 보여줬다. 서동재라는 인물이 교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인물이 아니라 출세욕과 생존 본능으로 인해 악행을 저질렀다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즌2의 큰 줄기가 '납치된 서동재 찾기'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입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서동재를 '느그 동재'로 부르던 시청자들 역시 점점 '우그(우리+느그) 동재'를 거쳐 '우리 동재'라고 부르며 서동재에게 많은 애정을 쏟았다.


캐릭터가 가진 매력에 더해 서동재를 연기한 이준혁의 연기 역시 한몫했다. 이준혁은 매작품 선과 악을 넘나들며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악인으로 시작했지만, 숨겨뒀던 짠한 모습도 보여주고 마침내 우리 편으로 돌아서는 서동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준혁이라는 배우가 필요했다. 다수의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준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서동재를 이준혁의 인생캐로 꼽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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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작품의 중심에 선 서동재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좋거나 나쁜 동재'는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정식 공개 전 관객들을 만났다.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기 때문에 '좋거나 나쁜 동재'는 예매 시작 3분 만에 전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이후 이어진 오픈토크를 통해 '좋거나 나쁜 동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아는 동재의 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동시에 전혀 다른 방향성이 존재한다.

'비밀의 숲' 1·2를 집필하고 '좋거나 나쁜 동재'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이수연 작가는 "동재라는 캐릭터가 매력이 있다. 단발성, 일회성으로 끝내기 아쉽지 않냐는 제안을 제작사에서 먼저 해주셨다. 동재가 출발점이었다"며 "동재라는 캐릭터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뭐든지 동재스러워야 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동재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고 동재다움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사진=스타뉴스 DB/사진=스타뉴스 DB


반면 다시 서동재를 맡은 이준혁은 "솔직하게 처음에는 전혀 안 한다고 했다. '비숲2'때 동재는 꼭 죽여달라고 했다. 동재가 싫다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또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았다"라고 털어놨다. 이런 이준혁이 다시 한번 서동재를 연기한 이유는 새로움 때문이다. 이준혁은 "글을 보니 방향성이 완전히 달랐다. 기존에 해왔던 것 외에 새로운 면이 있어서 좋았다. '비밀의 숲' 1·2, 스핀오프 모두 다른 장르의 연기를 한 것 같다"라고 예고했다.

박건호 감독은 "동재는 저희 마음속에 다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자격지심이나 열등감, 그로 인해 더 성공에 목매달고 어쩔 때는 나쁜 짓도 서슴지 않고 하는 모습들 말이다. 그래서 동재의 시각으로 작품을 따라가신다면 조금 더 다른 관점으로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박 감독의 말처럼 서동재라는 캐릭터가 많은 애정을 받을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동재의 모습에서 자신을 투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습 속에서 새롭게 보여줄 동재의 매력은 무엇일지, 그리고 그 동재의 모습이 오랜 기간 기다려온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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