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원하는 석유기업들 "바이든의 IRA는 살려달라"…왜?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4.10.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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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손모빌 등 글로벌 석유 대기업들이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정치자금을 후원하면서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일부분이라도 살려놔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IRA의 친환경 세액공제 조항이 이들에게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IRA 등 친환경 정책 기조를 "사기"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주노=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주노의 닷지 카운티 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최근 8일간 핵심 경합 주인 위스콘신주를 4차례 방문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 2024.10.07.  [주노=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주노의 닷지 카운티 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최근 8일간 핵심 경합 주인 위스콘신주를 4차례 방문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 2024.10.07.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손모빌, 필립스66,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등 주요 석유 대기업은 최근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에 "저탄소 에너지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IRA의 전면 폐기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WSJ은 "당초 석유 업계는 제조업에 친환경 의무를 부여하는 IRA에 반대 입장이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저탄소 에너지 프로젝트에 수십억~수백억 달러 세금 공제 혜택을 지원하면서 입장을 바꿨다"면서 "만일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IRA를 전면 폐지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의 CEO인 비키 홀럽은 지난 5월 휴스턴에서 열린 트럼프 캠프의 기금마련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에게 IRA의 세금 공제 조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WSJ은 "공기에서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의 입장에선, 막대한 투자를 뒷받침할 세액공제가 꼭 필요한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엑시덴탈 페트롤리엄은 이미 텍사스에 13억달러(1조7504억원)를 투자해 공기 포집 공장을 건설 중인데, 향후 몇 년 안에 수십 개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엑손모빌도 트럼프 선거캠프에 "IRA 지원책 일부는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탄소 포집을 비롯해 수소, 바이오연료 및 여러 저탄소 기술 개발에 300억달러(40조4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사실상 이 모든 투자금 집행은 IRA 세액 공제에 의존할 때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석유·천연가스 대기업 필립스66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크 라셔 필립스66 CEO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업계에서는 IRA 적용 항목 중에 폐지하는 게 좋지 않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며 "모두가 두 행정부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립스66은 주로 원유 대신 식용유, 식물성기름, 지방 등으로 재생연료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의 생각이 바뀔 수 있느냐다. WSJ은 "트럼프는 바이든의 탄소 절감 노력을 '그린 뉴 스캠(사기)'라고 부르곤 했다"며 "지난달 유세 중에는 IRA 기금을 삭감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입장도 비슷하다. 보수적 싱크탱크의 지원을 받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IRA 법률과 친환경 정책 지원금 관련 조항을 폐지하려고 시도해왔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의회와 함께 IRA 법안 폐지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WSJ은 "석유 업계는 공화당의 가장 큰 지지 세력인 만큼 후보들은 비공개로 그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하곤 했다"면서 "트럼프가 IRA 폐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WSJ은 정치분석 전략가의 말을 이용해 "오클라호마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공화당 성향이 강한 일부 지역에서는 IRA 법을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를 만드는 기회로 보고 있다"며 "트럼프가 법안을 없애기보다 '브랜드'만 바꾸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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