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민생·경제법안들…국회만 바라보는 정부, 외면하는 국회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2024.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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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사진제공=뉴시스국회 본회의장/사진제공=뉴시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등을 통해 올해 추진키로 한 주요 민생·경제법안들이 외면받고 있다.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에 더해 정부가 내수 활성화 등을 위해 추가적으로 내놓은 정책 과제를 담은 법안들이 계속 쌓여가는 실정이다.

정부는 국정감사 이후 국회와 적극 협의해 이들 법안의 연내 처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22대 국회 들어서도 계속되는 여야의 '강대강' 대치 국면에 법안 처리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7일 관계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과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 추진하기로 한 민생·경제법안 대다수는 국회 계류 중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같이 현재 정치권 공방이 진행 중인 쟁점법안 외 민생이나 경제 활력 지원을 위한 법안 대다수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의 제대로 된 법안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10년 이상 노후차 신차로 변경시 개소세 70% 한시적 감면(100만원 한도)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늘면 증가분의 20% 소득공제(연 100만원 한도) △상반기 전통시장 사용금액 소득공제율 40→80% 상향 등이 대표적이다.



또 국민 자산형성 지원을 위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확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행 배당·이자소득세를 면제하는 ISA 비과세 한도를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시설에 투자한 비용의 15~25%에 대해 세액을 감면하는 'K칩스법' 연장, 일반분야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등도 연말이 다가오도록 제대로 된 법안 심사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이들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건 법안 심사를 담당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소위원회 구성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기재위는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4개월여가 흐른 지난달 26일에야 소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국회 상임위 중 가장 늦은 소위 구성이다.


이 때문에 지난 8~9월 임시국회에서 다른 상임위가 △전세사기특별법 △구하라법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 처벌 △육아휴직 및 배우자 출산휴가 연장법 등을 처리하는 동안 기재위는 제대로 된 법안심사를 한차례도 진행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민생·경제법안들은 더 쌓여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추석민생안정대책을 통해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에도 신용카드 사용 증가분 및 전통시장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소비에 대한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혜택을 추가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셈이다.

또 최근엔 내수 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2025년 말까지 1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종료된 시설 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는 법안 조차 아직 국회 계류 중인 상황에서다.

아울러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85㎡이하)에 대해서도 매입형 등록임대를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관련 법안은 앞서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 상황이다. 정부는 전체 아파트가 아니라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만큼 이번엔 법안 처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졌단 입장이다.



정부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 이후 본격적으로 국회와 소통해 민생·경제법안들을 처리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세법개정안 등 법안심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소통해 민생·경제법안들이 빠른 시일 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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