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집 지붕으로 아들 '묘비' 세웠다…가자에 쌓인 전쟁 잔해 4200만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4.10.0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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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가 지난 1년 동안 쌓인 4200만톤이 넘는 전쟁 잔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직접 잔해 청소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유엔(UN)은 가자지구 당국과 협력해 이달 중 도로변 잔해 청소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칸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학생들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교사 이스라 아부 무스타파의 집 잔해 위에 쪼그려 앉아 공부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지난 9월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칸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학생들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교사 이스라 아부 무스타파의 집 잔해 위에 쪼그려 앉아 공부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전쟁 잔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상황을 전했다.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 사는 11세 소년 모하메드는 무너진 2층집의 지붕 조각을 찧어서 자갈을 만든다. 그의 아버지인 건설 노동자 출신 지하드 샤말리(42)는 그 자갈로 전쟁 희생자를 위한 묘비를 세운다. 샤말리 가족이 만든 묘비 중에는 지난 3월 죽은 아들 이스마일의 것도 있다.

칸유니스에 사는 택시 운전사 유스리 아부 샤밥은 무너진 집의 잔해를 직접 치운 뒤 그 자리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 샤밥은 "누가 여기 와서 우리를 위해 잔해를 치우겠냐"며 "아무도 그러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가 직접 치웠다"고 말했다.



유엔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체 구조물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6만3000채가 넘는 건물이 무너지거나 파괴됐다. 이중 3분의 1 정도가 고층 건물이었다. 이 기간 가자지구에 쌓인 전쟁 잔해가 4200만톤이 넘는다. 이는 2008년부터 2023년까지 가자 지역 분쟁으로 발생한 잔해의 14배 규모다.

가자지구 잔해 아래에서 쉬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족. /로이터=뉴스1가자지구 잔해 아래에서 쉬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족. /로이터=뉴스1
유엔개발계획(UNDP)은 가자지구 당국과 협력해 이달 중 칸유니스와 가자지구 중부 도시 데이르 엘 발라에서 도로변 잔해물 청소를 시작할 계획이다. 유엔이 예상한 잔해 처리 기간만 14년이 넘는다. UNDP 가자 사무소 책임자인 알렉산드로 므라키치는 "엄청난 도전이지만 당장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므라키치는 잔해 처리 비용만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잔해 처리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잔해에 회수되지 않은 시신이 1만구에 달한다. 파괴된 채 위태롭게 서 있는 건물이나 잔해 속 불발탄으로 추가 사상자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가자지구에서 회수된 전쟁 잔해는 이전에는 항구 건설에 사용됐다. 유엔은 앞으로 회수되는 잔해 일부를 도로망과 해안선 강화에 재활용하라고 가자지구 당국에 권했다.

한편 잔해 처리에는 이스라엘도 협조할 전망이다. 팔레스타인 민사 문제를 담당하는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민간협조기관(COGAT)은 로이터에 "잔해 처리 문제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유엔과 협력해 이러한 노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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