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도광산 '조선 노동자 전시' 바로 옆 "복리후생 충실" 알린 일본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2024.10.0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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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일본 사도광산의 모습./사진=민경찬 기자 일본 사도광산의 모습./사진=민경찬 기자


일본 사도광산의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실 바로 옆에 일본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다양한 복리후생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전시물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실은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 정부 등과의 협상을 통해 마련한 공간이다. 외교부는 당초 일본 정부와 논의는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실 마련에 한정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같은 실질적 전체 전시의 흐름 자체가 자칫 강제노역의 부당함을 희석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일본 니가타현에 위치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2층에는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실인 '조선반도(한반도의 일본식 표현) 노동자 포함 광산 노동자의 생활'이라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이 공간 바로 옆에는 '광산 노동과 복리후생'이라는 이름의 전시실이 나란히 연결돼 있다.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관내 안내도./사진제공=김준형 의원실.아이카와 향토박물관 관내 안내도./사진제공=김준형 의원실.
'광산 노동과 복리후생' 전시실에는 당시 광산 노동자들에 대한 복리후생 제도가 잘 돼 있었음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안내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광산에서 작업 중 부상 당하거나 규폐증(규사 등의 먼지가 폐에 쌓여 흉터가 생기는 질환)이나 눈병 등에 걸린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 사도 광산 병원이 설립됐다. 노동자들은 업무상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당할 경우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사도광산에서는 전국적으로 이른 시기에 복리후생이 충실했으며 노동 조건도 시대와 함께 개선됐다', '사도광산에서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과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선반도 노동자 포함 광산 노동자의 생활' 전시실은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일본 정부가 받아들여 마련된 공간이지만 이 전시실에는 정작 '강제동원'이나 '강제징용', '강제노역' 등의 표현은 적시되지 않아 관람객들에게 전체 역사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지적들이 국내에서 제기됐었다.

이번에 김 의원실을 통해 알려진 '광산 노동과 복리후생' 전시실의 위치와 전시 내용을 고려하면 조선인 노동자들의 강제 노역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는 커녕 오히려 당시 일본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광산 노동과 복리후생' 전시실 내에 있는 전시 패널./사진제공=김준형 의원실.아이카와 향토박물관 '광산 노동과 복리후생' 전시실 내에 있는 전시 패널./사진제공=김준형 의원실.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광산 노동과 복리후생' 전시실 내에 있는 전시 패널./사진제공=김준형 의원실.아이카와 향토박물관 '광산 노동과 복리후생' 전시실 내에 있는 전시 패널./사진제공=김준형 의원실.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광산 노동과 복리후생' 전시실 내에 있는 전시 패널./사진제공=김준형 의원실.아이카와 향토박물관 '광산 노동과 복리후생' 전시실 내에 있는 전시 패널./사진제공=김준형 의원실.
김준형 의원은 "외교부가 '관람자들이 조선인 노동자들의 노동을 강제노동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잘 전시가 돼 있다'고 주장하는 전시관의 바로 옆에 '일본 정부의 훌륭한 복지'를 강조하는 전시물이 있어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며 "협상 테이블 위에서 일본이 하는 말만 믿다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뒷통수를 맞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시 내용의 진위 여부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제시대 강제징용 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연구위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사도광산을 운영한 일본 기업 측에서 조선인들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그런 복리후생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일 뿐 사실로 드러난 적은 없다. 그런 복리후생을 누렸다는 조선인의 증언이 나온 바는 없다"며 "복리후생에 대한 전시에는 '이것은 일본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객관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지적에 대해 외교부는 '광산 노동과 복리후생' 전시의 경우 일본이 이전부터 박물관에 전시해왔던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가 새롭게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측은 더300의 관련 질의에 "동 박물관에서는 '광산 노동과 복리후생'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원래부터 실시해 왔다"며 "동 전시는 한일 간 협상의 결과로 새로 설치한 '조선반도 노동자 포함 광산 노동자의 생활' 전시와 별개"라고 밝혔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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