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미싱 피해 전년 대비 2배 '껑충'... 1조원 문자시장에 통신사는 뒷짐?

머니투데이 박상곤 기자 2024.10.0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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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총 3248건의 스미싱 범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전체 스미싱 범죄 발생 건수가 1673건인 점과 비교했을 때 이미 두배를 넘은 수치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총 3248건의 스미싱 범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전체 스미싱 범죄 발생 건수가 1673건인 점과 비교했을 때 이미 두배를 넘은 수치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A씨는 2023년 12월 24일 새벽 잠결에 '민원24 과태료 부과 통지' 메시지를 받았다. 평소 안전 운전을 했지만, 일주일 전 실수로 신호 위반을 했던 게 마음에 걸렸는데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코 클릭 후 인증했다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피해를 봤다. 가해자들은 이러한 스미싱 수법을 통해 21명의 계좌에서 4억원을 편취했다.

#B씨는 2023년 11월 11일 청천벽력 같은 문자를 받았다. 평소 지병이 있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장을 받은 것이다. B씨는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문자와 함께 전송된 URL을 클릭했다 악성코드에 감염돼 금전적 피해를 보았다. 가해자는 대량 문자발송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쓰레기 무단투기 과태료' '아버지 별세 부고장'을 보냈고, 9명의 피해자 계좌에서 2억7천만원을 편취했다.



정부 당국의 불법 스팸에 대한 규제 강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스미싱(문자 결제사기) 피해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량 문자발송 서비스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솜방망이 처분, 통신사들의 미온적 대처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총 3248건의 스미싱 범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전체 스미싱 범죄 발생 건수가 1673건인 점과 비교했을 때 이미 두배를 넘은 수치다.

지난해 집계된 스미싱 범죄 피해 금액은 약 144억원이다. 김 의원실은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400억원이 넘는 스미싱 범죄 피해 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휴대전화 문자 스팸 신고탐지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김 의원실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휴대전화 문자 스팸 신고 건수는 2억9623만건으로, 이미 2023년 전체 국내 문자 스팸 신고 건수인 2억8572건을 넘어섰다.


최근 5년간 스미싱 범죄 현황/그래픽=김현정최근 5년간 스미싱 범죄 현황/그래픽=김현정
스미싱 범죄는 주로 '대량 문자발송 서비스'(기업 메시징 서비스)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업 메시징 서비스 시장은 KT와 LG U+ 등 10여개 중계사업자와 하위 1200여개의 재판매사업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계사업자들은 직접 고객을 유치하거나 재판매사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대량 문자를 발송해 수익을 얻는다. 시장 규모는 1조 1000억원 안팎이다.

문제는 난립하는 재판매사업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점이다. 또 상위사업자인 중계사업자의 경우 문자발송으로 이익을 얻는 만큼, 자율 규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에서는 정보통신 서비스제공자가 불법 스팸 등에 대해 거부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으나 시장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김 의원실은 분석했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기업메시징 서비스를 통한 불법 스팸 이상 급증 현상이 발생하는 등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자 중계사의 불법 스팸 발송에 따른 이익을 전액 환수하는 이익환수제와 일정 기준 이상 불법 스팸을 발송한 업체에 대해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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