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심리불속행 건수 현황(민사본안)/그래픽=김다나
사고 직후 고인 앞으로 사망보험금 2억3000여만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원 등 3억원 정도의 보상금이 나왔는데, 5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살던 80대 친모가 보상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하며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사건 당사자인 김종선씨는 법안이 통과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30일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에 따라 법안을 적용받지 못하게 됐단 것이다. 50년 넘게 연을 끊었던 친모는 3억원을 챙겼다.
김씨는 "대법원에 다시 재심이 되느냐고 물어도 안 된다고 하더라. 법안이 통과한 후에도 알아봤는데 소용 없었다"며 "1심부터 다시 해봐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지난해 민사본안 사건 가운데 71.4%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한 것으로 나타났다(소송남용인 사건 제외). 10명 중 7.1명의 사건 당사자가 이유도 모른 채 상고를 기각당했다는 의미다. '선원 구하라법' 입법 추진의 계기가 된 고(故)김종안씨의 사건도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돼 법안을 적용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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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해 민사본안 사건 1만2381건(이하 소송남용인 사건 제외)을 처리했는데, 이 중 8727건(70%)을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리불속행이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에서 상고이유가 헌법이나 법률, 대법원 판례에 위반되거나 중대한 법령 위반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하지 않아 상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심리불속행 결정은 대법원의 재량으로 기각 사유를 밝히지 않아 소송당사자는 이유를 모른 채 패소 소식을 접하게 된다.
법관 1인당 사건 처리 수/그래픽=김다나
2010년 초반 50~60%대였던 심리불속행 기각률이 최근 높게 유지되는 이유는 최근 상고사건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도 법관 수는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법관 1인당 사건 처리 수는 대법원 3305.2건, 고등법원 98.9건, 지방법원 495.1건이다.
서영교 의원은 "재판받을 권리는 헌법이 인정한 권리다. 재판의 효율성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돼선 안 된다"며 "국민들이 재판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