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보복 언제?"…가자전쟁 1년 앞두고 국제사회 초긴장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10.06 15:47
글자크기

미국·유럽 전역서 대규모 친팔레스타인 시위…
서방 당국 이슬람·유대교 관련 경계 태세 강화,
10월7일 전후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가능성,
"미국 경고에도 이란 석유·핵 시설 등 겨냥할 수도"

5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신엘필에서 바라본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베이루트의 한 건물 모습 /로이터=뉴스1 5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신엘필에서 바라본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베이루트의 한 건물 모습 /로이터=뉴스1


친이란 세력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중동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안보 위협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가자전쟁 발발 1년(10월7일) 기념일을 전후로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서방의 주요 도시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가 극단주의자들의 폭력(테러) 행위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테러와 증오범죄 경계수위를 높이는 등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CNN 등에 따르면 가자전쟁 1년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주요 도시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레바논 공격을 규탄하는 대규모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열렸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영국에서는 약 4만명이, 미국(뉴욕)·프랑스(파리)·이탈리아(로마)·스페인(마드리드) 등에서는 수백에서 수천 명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했다. 그리스,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에서도 시위가 진행됐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 주민의 생존권"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 주민의 생존권"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친팔레스타인 시위 대부분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AP에 따르면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로마의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게 돌, 병, 종이 등으로 만든 폭탄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했다.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의 인질 석방 등을 요구하는 친이스라엘 시위대도 벌어져 양측 시위대 간 충돌 우려가 증폭되기도 했다. AP는 "유럽 전역의 수도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참석하는 (가자전쟁 관련)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시위는 주말 내내 계속돼 가자전쟁 발발 1년이 되는 월요일(7일)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유럽 각국과 미국 보안당국은 중동 갈등으로 인한 자국 내 새로운 테러 공격을 촉발하거나 관련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주요 도시에 대한 경계 태세 강화에 나섰다. CNN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토안보부는 4일 성명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 등) 대규모 대중 집회는 폭력적인 극단주의자와 증오 범죄 피해자를 포함한 다양한 위협 행위자들의 폭력 공격이나 허위 협박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중동 긴장 상황과 유대교 명절 등에 대비해 유대교 및 이슬람 기관 주변의 경계 태세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10월7일은 유대교 명절 중 하나인 초막절 직후의 안식일이다.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도 유대교 명절인 윰키푸르 기간에 발생했다.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경찰의 밴 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로이터=뉴스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경찰의 밴 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로이터=뉴스1
CNN은 "미국의 이런 경계 태세는 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정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갈수록 격해지고,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 의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민간인 피해 비난과 미국 측의 공격 자제 권고에도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4일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한 데 이어 새 수장으로 거론된 하심 사피에단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5일 밤부터는 헤즈볼라의 무기고를 표적으로 삼아 30차례 이상의 공습을 감행했다고 한다. 공습 대상에는 레바논 병원도 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33명이 목숨을 잃고, 195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서는 모스크(이슬람 사원)와 학교를 개조한 보호소도 폭격했다. 가자지구 보건부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 최소 24명이 사망하고, 93명이 다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 영어 연설을 통해 이란에 대한 보복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연설에서 "이란은 우리의 영토와 도시에 수백 발의 미사일을 두 번씩이나 발사했다. 이는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 중 하나였다. 세계 어느 국가도 자국 도시와 국민에 대한 이런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라며 이란에 대한 보복 의지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이전보다 더 강력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이란을 직접 공격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의 석유 생산 시설, 군 기지, 핵 시설 등을 이스라엘의 보복 표적으로 꼽았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레바논 국회의장과 면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쟁이 격화된후 첫 방문인 아라그치 장관은 회견에서 '테헤란의 친구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AFPBBNews=뉴스1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레바논 국회의장과 면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쟁이 격화된후 첫 방문인 아라그치 장관은 회견에서 '테헤란의 친구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AFPBBNews=뉴스1
한편 이란 측은 이스라엘이 공격에 나서면 더 강력한 보복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해 제5차 중동 전쟁 발발 우려를 키웠다.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야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4일 금요 주간 예배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은 합법적이고 정당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메네이 지도자가 금요 예매에 참석한 것은 2020년 1월 이라크에서 이란혁명수비대 장군 카셈 솔레이마니가 미군 드론(무인기)에 의해 사망한 이후 처음이다. 레바논을 방문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정권의 공격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완전히 분명하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뤄지면 더 강력하게 대응할 거란 입장을 내놨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