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저기 봐, 왕이야"…백마타고 한강 건넌 '정조대왕'에 시민들 '찰칵'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4.10.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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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5년 정조 '원행(園幸)' 재현 행사…서울선 말 20필·1500명 행렬이 경복궁→노들섬 행진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노들섬 방향 차로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세종시에 사는 서규진씨(42·남)는 이날 딸 지윤양(4)과 아내와 행렬을 구경하러 서울에 왔다. 사진은 혜경궁홍씨를 향해 손을 흔드는 지윤양과 사진을 찍는 규진씨의 아내. /사진=정세진 기자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노들섬 방향 차로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세종시에 사는 서규진씨(42·남)는 이날 딸 지윤양(4)과 아내와 행렬을 구경하러 서울에 왔다. 사진은 혜경궁홍씨를 향해 손을 흔드는 지윤양과 사진을 찍는 규진씨의 아내. /사진=정세진 기자


"저기 봐봐. 왕이야 왕. 안녕 해봐."
"책에서 본 정조대왕 행차를 직접 볼 수 있어서 봐서 신기해요."

6일 오전 서울 지하철 용산역 앞 한강대로 노들섬 방향 차로. '정조대왕'이라고 적힌 깃발 뒤로 빨간 곤룡포를 입고 백마를 탄 남성이 나타났다. 남성을 중심으로 20명의 말을 탄 무사가 칼을 차고 행렬 선두에 섰다. 깃털과 비단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갓을 쓴 무사 뒤로는 가마를 탄 '혜경궁홍씨'가 따랐다.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강대로에 나타난 정조가 신기한 듯 연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1795년 정조대왕의 을묘년 원행(園幸)을 재현한 '2024년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행사가 열렸다. 원행이란 조선시대 왕이 부모 산소에 행차하는 걸 말한다. 올해 행사에선 경북궁에서 수원화성을 거쳐 사도세자의 능인 경기 화성의 융릉까지 37.4㎞구간 행진을 재연했다.

정조대왕과 200여명의 행렬은 이날 오전 9시 경복궁 앞 광화문에서 출발해 세종대로 사거리와 서울시청, 서울역을 지나 숙대입구역과 삼각지역 앞을 행진했다. 경찰은 행렬 진행에 따라 세종대로·한강대로 편도 2개차선을 통제했다.



서울 용산에 사는 권용식씨는 아들 현욱군(5)과 행렬을 구경했다. 권씨는 "경복궁도 자주 다녀서 이번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과 구경하러 나왔다"며 "정조대왕의 행차를 직접 볼 수 있는 이런 행사가 있으면 또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4년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행사 참가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서 노들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권용식씨는 아들 현욱군(6·남)과 행렬을 구경했다./사진=정세진 기자 '2024년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행사 참가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서 노들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권용식씨는 아들 현욱군(6·남)과 행렬을 구경했다./사진=정세진 기자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노들섬 방향 차로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세종시에 사는 서규진씨(42·남)는 이날 딸 지윤양(4)과 아내와 함께 행렬을 구경했다. 사진은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드는 지윤양과 규진씨. /사진=정세진 기자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노들섬 방향 차로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세종시에 사는 서규진씨(42·남)는 이날 딸 지윤양(4)과 아내와 함께 행렬을 구경했다. 사진은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드는 지윤양과 규진씨. /사진=정세진 기자
'2024년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행사 행렬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노들섬 방면 차선을 지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2024년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행사 행렬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노들섬 방면 차선을 지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세종에서 이날 행사를 구경하기 위해 온 서규진씨(42·남)는 "왕과 왕비가 나와서 아이가 신기해한다"며 "행렬을 따라 걷는 행사에 참여할까 하다가 아이가 어려 구경하기로 했다"고 했다. 서씨는 딸 지윤양(4)과 아내와 함께 행렬이 지나는 차로 옆 인도에서 지나가는 정조대왕과 혜경궁홍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행렬 참가자들도 지윤양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답했다.

이날 정조대왕 행렬 뒤로 가슴에 번호표를 붙인 약 1500명의 시민이 뒤따랐다. 경복궁에서 노들섬까지 이어지는 7㎞구간에서 진행한 '효행 순례길 걷기' 행사 참가자다. 참가비 1만원을 내면 '궁중다과'와 돗자리를 지급한다. 또 지팡이를 사회복지협의회에 전달하는 기부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효행 순례길 걷기에 참여한 시민들은 약 3시간 동안 가족·지인과 함께 걸었다. 인천에서 40개월 쌍둥이 딸과 아내와 함께 걷기에 참여한 김종규씨(44·남)는 "딸들은 아직 정조대왕 행차가 뭔지 모르지만 아빠랑 나와서 좋아한다"며 "처음 광화문에서 출발할 땐 딸들이 좀 걷다가 곧 다리 아프다고 해서 유모차에 태워서 왔다"고 했다.

경기 과천에 사는 남매 김예은양(13·여)과 예준군(10·남)은 이모 추천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예은양은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향했던 역사적인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며 "천천히 걸어서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강성희씨(여·사진 제일 왼쪽)는 같은 러닝크루에서 활동중인 지인들과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강씨가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지인들과 걷기 행사를 마치고 선물로 받은 간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희·전효진(여)·정은실(여)· 정예진(여 )·변종웅(남)·이루다(여)씨. /사진=정세진 강성희씨(여·사진 제일 왼쪽)는 같은 러닝크루에서 활동중인 지인들과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강씨가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지인들과 걷기 행사를 마치고 선물로 받은 간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희·전효진(여)·정은실(여)· 정예진(여 )·변종웅(남)·이루다(여)씨. /사진=정세진
이새롬씨(여·왼쪽)는 동생 두명과 아들 오해성군(12) 함께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정세진 기자 이새롬씨(여·왼쪽)는 동생 두명과 아들 오해성군(12) 함께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정세진 기자
삼남매가 조카와 함께 걷기에 참여한 가족도 있다. 이새롬씨(여)는 "동생들과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걷기에 참여했다"며 "행사도 뜻깊은데 날씨도 선선해서 좋았다"고 했다.

같은 '러닝크루'에서 활동중이라는 정예진씨와 강성희씨는 "아버지 사도세자,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향한 정조대왕의 효의 마음을 느끼고 우리 가족을 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걸으면서 소통하면서 같이해서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노들섬에서는 걷기 행사 참가자를 상대로 정조대왕이 혜경궁 홍씨에게 미음을 올리는 미음 다반 퍼포먼스, 시민 효 공모전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효 대합창 공연이 진행됐다.



정조대왕 능행렬은 정비를 마치고 이날 오후 4시 40분쯤부터 시흥대로 금천구청 입구 삼거리에서 경기 안양·군포·의왕을 거쳐 수원화성행궁으로 향한다. 이날 서울·경기 수원·화성 시내 행렬 진행 구간에선 교통이 통제된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2024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행사가 열렸다. /사진=뉴시스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2024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행사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에서 '2024년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가 열렸다. /사진=정세진 기자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에서 '2024년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가 열렸다. /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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