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가 추이/그래픽=김현정
현재 고려아연에 대한 양측 공개매수가격은 83만원으로 동일하다. MBK·영풍의 최초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66만원이었다. MBK·영풍이 이를 75만원으로 끌어올리자 최 회장측이 베인케피탈과 손잡고 다시 83만원을 불렀다. 이에 MBK·영풍도 가격을 재차 최 회장측과 같은 83만원으로 올린 상태다.
이 같은 최 회장측 반응에 MBK·영풍도 맞불을 놓을 태세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주가 들어오든, 300만주가 들어오든 모두 사들여서 반드시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영풍측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대한 의지 역시 상당하다는게 재계 전언이다. 앞으로도 양측이 가격 인상을 주고받으며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을 둔 쩐의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시장에 반영돼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4일 기준 77만6000원으로 치솟았다. 경영권 분쟁 직전 보다 약 40% 오른 수준이다.
MBK·영풍 뒤에는 MBK가 이번 공개매수에 동원하기 위해 조성중인 최대규모 약 10조원의 6호 바이아웃펀드가 있다. 통상 펀드 정관 상 단일투자건 한도가 전체 규모의 20% 수준이지만 이 비중을 어떻게 설정해 뒀느냐에 따라 막대한 자금 동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MBK·영풍은 일단 지난 4일 공개매수가격을 83만원으로 올리며 필요 자금 규모를 기존 2조2720억원에서 2조5140억원으로 늘렸다.
어느쪽이 이 같은 치킨게임에서 이기든 승자의 저주가 불가피하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MBK로선 공개매수에 성공해도 엑시트(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수익금 축소가 불가피해 진다. 공개매수 종료 후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가격을 끌어올린만큼 낙폭은 커지고 이익폭은 줄어든다. 최 회장 측으로서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차입금 증가로 고려아연 미래 사업 투자 여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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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누군가는 승리하겠지만, '이긴 게 이긴 게 아닌 상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치킨게임으로 발생한 비용으로 인해 기업의 미래 사업 투자 등이 타격을 받는다면, 산업계에 득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