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폭주 확산 지연 넘어 '불끄는' 플라스틱 만든다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2024.10.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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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연 플라스틱 시장 규모/그래픽=최헌정난연 플라스틱 시장 규모/그래픽=최헌정


석유화학 업계가 전기차 '열폭주'에 대응할 수 있는 난연 플라스틱 포트폴리오를 늘린다. 기존 난연 플라스틱이 화재 확산을 늦추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아예 화재를 방지·차단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6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소화 분말을 함유해 화재 발생시 불을 끌 수 있는 플라스틱 개발이 논의되고 있다. 배터리에서 불이 발생하면 수초 안에 700도 이상의 고온을 내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 배터리를 구성한 플라스틱이 녹으면서 소화 분말이 분출되는 식이다. 이밖에도 석유화학 업계는 고온이 외부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단열 플라스틱 등 열폭주 현상에 대비한 다양한 소재를 개발중이다.



기존 난연 플라스틱은 화재 확산을 늦춰 인명 구조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역할을 해왔다. LG화학은 2022년 배터리 커버용 난연 플라스틱 개발에 성공한 이후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6월 짧은 유리 섬유(SGF)가 적용된 소재(PP/SGF)와 긴 유리 섬유(LGF)로 강성을 보완한 고강성 난연 폴리프로필렌(PP)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자체 배터리 열폭주 시험 결과 1000도 이상의 온도에서 성형품 본래의 형태를 유지한 채로 PP/SGF는 300초 이상, PP/LGF는 600초 이상 견뎠다.

석유화학 업계는 열폭주 발생시 화재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넘어 실제 화재를 방지·차단하는 소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앞서 LG화학은 열 폭주를 억제하는 온도 반응성 '안전성 강화 기능층'(열폭주 억제 소재)을 개발했다. 열폭주 억제 소재는 온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변하는 복합 물질이다. 온도가 오르는 초기 단계에서 전기 흐름을 차단하는 '퓨즈'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LG화학은 모바일용 배터리에 열폭주 억제 소재 안전성 검증 테스트를 마치고 내년까지 대용량 전기차용 배터리에도 안전성 테스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 같은 난연 플라스틱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는 연비 효율 향상 등을 위해 금속 소재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이에 더해 지난 8월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난연·불연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항공·우주 분야 등 다른 산업군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크다. 시장조사기관 VMR에 따르면 난연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23년에 80억9000만 달러에서 2030년 113억7000만 달러로 연 평균 6.9% 성장할 전망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는 저가 전기차 중심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원가 절감 압박을 받는 배터리·완성차 회사가 단가가 높은 난연 소재를 전면 채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난연 소재에 필요한 첨가물 등을 감안하면 당장 공급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수요가 생긴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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