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블랙리스트' 오른 대학병원 교수, 작성자 고소…"리베이트 내부고발 후 근거없는 비방"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10.0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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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 및 의대생의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정모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 및 의대생의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정모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현직 대학병원 교수가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계 블랙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올랐다는 이유로 작성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의사는 2년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내부 고발했는데 이후 의사 커뮤니티 등에서 근거 없는 비난과 비방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인 A씨로부터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게시·제보·유포한 '성명 불상자'에 대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6일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복귀 전공의, 전임의, 학교로 돌아간 의대생 등의 학번, 근무 병원, 전화번호 등의 개인 정보를 담은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의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A씨는 전공의 사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인물인데도 실명과 소속이 고스란히 적혔다.

블랙리스트에는 A씨가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수련의에게 상습적으로 욕설하고, 전공의에게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누명을 씌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심지어 A씨의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병원에 읍소한 전력이 있다며 조롱하는 내용도 했다. A씨는 고소장에서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전공의를 상대로 비인격적 대우를 했다고 살펴볼 만한 욕설, 폭언, 협박 등을 한 사실이 없다. 리베이트를 수취한 사실 자체가 없는데도 명백히 허위사실로서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이 병원의 전공의들이 2019년 10월부터 약 2년간 리베이트 대가로 환자 수백 명에게 치료와 무관한 비급여인 비타민 정맥 주사제 등 여러 종류를 혼합 처방했다며 '리베이트 의혹'을 내부 고발했다. 최초 수사 시 전공의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병원 측이 허위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A씨가 리베이트 의혹을 폭로한 후 블랙리스트를 포함해 그를 향한 '근거 없는' 비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에는 폐쇄형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A씨의 실명, 얼굴 사진과 함께 "친일파 앞잡이" "의사 사회에서 묻어야 할 듯" 같은 비방과 욕설이 다수 올라왔다. 병원 측도 국민권익위원회 신고자보호과로부터 '공익신고자'의 지위를 인정받은 A씨에게 퇴사를 압박하는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7월 '메디게이트'에서 A씨에 대해 악의적 게시글·댓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 의사 3명을 불러 작성 경위 등을 조사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모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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