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체류하던 국민 96명과 레바논 국적의 교민 가족 1명이 5일 낮 1시5분쯤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 사진=국방부 공동취재단
곧이어 1시5분쯤 시그너스 출입문이 열리고 만 4세·6세 딸의 손을 잡은 김서경씨(39)를 중심으로 교민들이 수송기 계단을 내려왔다. 교민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과 지인들이 달려가 포옹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레바논에 체류하던 국민 96명과 레바논 국적의 교민 가족 1명이 5일 낮 1시5분쯤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김서경씨(39)의 두 딸이 귀국을 도운 군인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들고 있다. / 사진=국방부 공동취재단
이번 교민 '구출작전'은 한 편의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국방부는 지난 2일 국군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 철수를 위한 군 수송기 투입' 지시를 받고 시그너스를 띄웠다. 시그너스는 인원 300여명과 화물 47t을 운송할 수 있다.
공군은 지난 3일 김해공항을 출발했고 약 16시간 비행 끝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했다. 전투지역이나 포탄이 떨어지는 곳은 우회비행을 하기도 했다. 공항에서 교민들을 태우기 전까지도 인근에서 포탄이 여러 발 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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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와 주레바논 대사관은 현지 교민 130여명에게 공군 수송기 제공 소식과 함께 출국을 권고했다. 97명이 귀국을 희망했고 집결지인 베이루트 공항과 거리가 먼 교민들에겐 대사관 차량을 제공해 안전한 이동을 도왔다.
공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공군 특수부대요원인 공정통제사(CCT) 요원도 수송기에 탑승시켰다. 이들은 방어 장비를 착용하고 실탄 무장까지 했다고 한다. 국방부·외교부는 물론 우리 군까지 투입된 이번 작전은 '무박 38시간'만에 성공적으로 완수됐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폭격을 받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이재용 외교부 신속대응팀 단장(영사안전국 심의관)은 "레바논에서 이번에 철수시킨 국민 97명 가운데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30%를 넘는다"며 "영유아 등을 비롯해 아이들을 안전하게 귀국시킬 수 있어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지난 1일부터 베이루트와 남부 국경지역에서 이스라엘 지상군의 융단 폭격을 받고 있다. 레바논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기반 지역이다. 레바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이날까지 3주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사람은 1400여명, 부상자는 7500여명이라고 밝혔다. 사상자가 1만명에 육박한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민간 항공편을 구해 귀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외교부·국방부 등이 신속 대응하면서 귀국을 희망한 교민을 모두 귀국시켰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각국 정부도 레바논 상황이 악화하면서 최근 전세기와 수송기 등을 동원해 현지 자국민을 철수시키고 있다.
한편 이날 레바논 교민 귀국 현장에는 김선호 국방부 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대장),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 윤주석 외교부 영사안전국장 등이 나와 교민과 가족들의 만남을 축하했다.
공군 특수부대(왼쪽)와 정부 관계자들이 5일 레바논에서 체류하던 교민과 가족 97명을 무사히 귀국시킨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국방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