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터질까 전전긍긍…병력만 알아도, 정신질환 위험 높이는 '병'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10.0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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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뇌혈관을 찍은 MRI 사진. 뇌혈관을 찍은 MRI 사진.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약해지고 부풀어 오른 병변으로,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있는 질환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이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질환을 진단받을 가능성이 1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세 미만의 '젊은' 환자에게서 정신건강 문제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뇌혈관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5일 이대목동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신경과 이향운, 신경외과 양나래 교수(공동 교신저자), 신경외과 김영구, 융합의학연구원 안형미 교수(공동 1저자), 정신건강의학과 김가은 교수가 함께 진행한 '진단 후 치료받지 않은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의 정신 질환 위험 증가' 연구의 논문이 최근 미국 권위 있는 학술지인 '스트로크(Stroke·뇌졸중)'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민 건강 정보 데이터베이스(NHID)를 활용해 2011~2019년 새롭게 비파열성 뇌동맥류로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같은 시기 상기도 감염 환자와 비교해 불안, 스트레스, 우울증, 섭식 장애, 조울증, 불면증, 알코올 또는 약물 남용 등 정신질환의 10년 발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을 가능성이 10% 더 높았다. 특히 40세 미만의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에게서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이 특히 두드러졌다.



그동안 비파열성 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스트레스와 불안 패턴을 관찰한 연구는 있었지만,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진단 이후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성을 추정한 건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 결과는 비파열성 뇌동맥류로 진단받은 후 수술 치료 없이 모니터링을 통해 추적관찰이 이뤄지는 경우, 우울증·불안증 등 정신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대목동병원 신경외과 양나래 교수는 "뇌동맥류 진단 후 수술적 치료를 받지 않고, 영상 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하는 환자 중 상당수가 언제라도 치명적인 뇌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에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것을 진료 중 경험했다"며 "뇌동맥류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비파열성 뇌동맥류 진단 자체가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가중해 정신질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치료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동 교신저자인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이향운 교수는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는 진단받기만 해도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며 "정신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포괄적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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