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라도 더"…물러날 뜻 없는 고려아연과 MBK·영풍 '치킨게임'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박미리 기자 2024.10.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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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주라도 더"…물러날 뜻 없는 고려아연과 MBK·영풍 '치킨게임'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누가 승리할 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4일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 대비 8.84% 오른 77만6000원을 기록했다. MBK·영풍이 이날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고려아연과 같은 수준(83만원)까지 끌어올린 이후 수직 상승했다. MBK·영풍이 지난달 공개매수를 개시하기 전 55만원대였음을 고려할 때 50% 가량 주가가 오른 셈이다.



주가 랠리는 고려아연에 그치지 않았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들고 있어 격전지로 떠오른 영풍정밀의 주가는 이날 25.15% 오른 3만1850원에 달했다. 양측의 공개매수 가격인 3만원을 훌쩍 넘었다. 영풍정밀의 주가는 9월 초만해도 9000원대에 불과했다.

맞불에 맞불로 맞서는 형국이 지속된 영향이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최초 66만원을 제시했다가, 75만원으로 인상했었다. 그러다 고려아연이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 이후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주당 83만원에 전체 발행주식의 18%(372만6591주)를 매수하기로 하고, 최소 매입 수량(5.87%) 조건까지 삭제하자 MBK·영풍도 맞대응에 나섰다.



MBK·영풍 역시 최소 매입 조건(7%)을 없앴고, 주당 83만원에 고려아연 발행주식총수 최대 14.61%(302만4881주)를 매입키로 했다. 이는 영풍정밀 건에서도 마찬가지다. 양측은 고려아연과 마찬가지로 주당 3만원으로 공개매수 조건을 맞췄다. 당연히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주식은 한 달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수직상승했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MBK·영풍의 공개매수는 오는 14일까지, 고려아연의 대항 매수는 오는 23일까지 계속된다. 양측이 번갈아 가며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정도로 경영권 확보·수성의 의지가 강해 이런 구도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서로가 물러나지 않고 1주라도 더 확보하겠다는 분위기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주가 들어오든, 300만주가 들어오든 모두 사들여서 반드시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MBK·영풍vs고려아연,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관련 입장 차이/그래픽=임종철MBK·영풍vs고려아연,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관련 입장 차이/그래픽=임종철
특히 고려아연은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영풍이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맞추자 "자사주 매입 가격을 추가 인상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아직 1조5000억원 수준의 자금 동원력이 남아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고려아연이 하나증권·메리츠증권·KB증권 등으로부터 확보한 차입금은 1조7619억원인데, 이 중 1조2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쓰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5000억원 수준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최윤범 회장은 오는 7일 최씨 일가가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에서 회의를 소집하고 맞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고려아연·영풍정밀 대항 매수 가격 인상 여부가 논의될 수 있다.


승자의 저주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문제다. 주가가 단기간에 치솟았기에 경영권 분쟁 이슈가 일단락 된 뒤에는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려아연과 MBK·영풍 양측 모두 고려아연의 주식가치를 100만원 이상으로 본다지만 이는 모두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가 현실화된 이후 미래의 얘기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차입금 증가로 고려아연이 해마다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만 1000억원대를 훌쩍 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누군가는 승리하겠지만, '이긴 게 이긴 게 아닌 상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치킨게임으로 발생한 비용으로 인해 기업의 미래 사업 투자 등이 타격을 받는다면, 산업계에 득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주요주주 및 지분율 구성/그래픽=김다나고려아연 주요주주 및 지분율 구성/그래픽=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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