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 있다는 고려아연…"자사주 매입가 추가 인상 여력 있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박미리 기자 2024.10.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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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지분구조/그래픽=김현정고려아연 지분구조/그래픽=김현정


MBK·영풍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맞추자,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매입가 추가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고려아연은 4일부터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오는 23일까지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주당 83만원에 전체 발행주식의 18%인 372만6591주를 매수하는 게 목표다. 약 3조1000억원 규모다. 고려아연은 이날 최소 매입 수량(5.87%) 조건까지 삭제하며 자사주 매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MBK·영풍은 고려아연과 공개매수 조건을 동등하게 만들었다. 기존 75만원이었던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올리고, 최소 매수 여건인 '지분 7%(144만5036주)' 역시 없앤 것이다. 총 2조5000억원 규모다. 이 중 2700억원은 영풍으로부터, 1조5785억원은 NH투자증권으로부터 차입금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영풍의 '맞불' 발표 이후 "자사주 매입 가격을 추가 인상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언제든지 매입가를 또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고려아연이 2조7000억원, 베인캐피탈이 4000억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고려아연에서는 자기자금 1조5000억원, 차입금 1조2000억원을 통해 자사주 매입에 대응한다. 고려아연이 하나증권·메리츠증권·KB증권 등으로부터 확보한 차입금은 1조7619억원이어서, 아직 5000억원 수준의 여유가 있다. 여기에 회사채 자금 1조원까지 더하면 1조5000억원 수준의 실탄이 남았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아직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고려아연이 다시 자사주 매입 가격을 올릴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실제 최윤범 회장은 오는 7일 최씨 일가가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에서 회의를 소집하고 MBK·영풍에 대한 맞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뿐만 아니라 영풍정밀 대항 매수 가격 인상 역시 논의될 전망이다. 최 회장 측 우호지분인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곳이어서 경영권 분쟁의 격전지로 떠오른 곳이다. 고려아연이 주당 3만원으로 대항 매수를 개시하자, MBK·영풍 역시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자본시장법과 상법 등에 따르면 현재 고려아연이 취득할 수 있는 자기주식 규모는 최대 6조987억원"이라며 "대법원은 기업이 차입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명백하게 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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