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030 남자들이 뒤처지고 있다"…우리도? [글로벌美生]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4.10.0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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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점점 더 많은 미국의 젊은 남성들이 독립과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아들과 딸의 삶의 궤적이 극단적으로 갈라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WSJ과 인터뷰 한 마이애미의 댄과 요안나 부부는 자식이 넷인데, 딸만 경영대를 졸업한 뒤 약혼하고 독립했다. 아들 셋은 여전히 어렸을 때부터 살던 자신의 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남은 대학 진학을 포기했고, 나머지 두 아들은 대학을 중퇴했다. 셋 다 독신이며 직장생활 경험은 없다.

WSJ은 "지난 10년간 젊은 남성들의 취업률과 독립률이 하락세였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장, 학교, 친구 및 가족으로부터의 고립이 심화하면서 이 현상도 뚜렷해졌다"고 짚고, "이 현상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월 기준 25~54세 여성의 78.1%가 일하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2020년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이 73%였던 점과 비교하면 5%포인트(190만명) 증가했다. WSJ은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 기회가 늘면서 여성의 일자리가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간 남성의 일하는 사람 비중은 큰 변화가 없다. 10년 전 남자의 경제활동 비율은 88%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89.6%로 소폭 증가했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는 것뿐만 아니라 취업 의사가 없는 백수, 경제학 용어로 '니트(NEET)'족도 젊은 남성에서 그 비율이 높았다. WSJ이 인용한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학업을 마친 젊은 남성(16~29세)의 8.6%가 니트족이다"며 "여성(7.8%)보다 26만명 정도 많은 수치"라고 짚었다.



취업을 포기한 젊은 남성들은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어 살고 있다. 미국 USA투데이가 6월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65%가 성인 자녀(22~40세)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 크게는 집 월세부터 적게는 음식값, 휴대전화 이용료까지 내준다. 부모들의 한 달 평균 지원금은 718달러(95만7812원)로 집계됐다.

놀라운 건 부모들이 이런 상황을 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자녀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부모의 51%가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자녀 세대)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이들의 84%는 "다 큰 자식을 경제적으로 지원한다는 이유로 화를 낸다거나, 가정 내 불화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청년층(15~29세) 경제활동 참가율은 50.3%에 불과하다. 일주일에 1시간 아르바이트만 해도 통계에 '취업자'로 잡히는 걸 감안하면 낮은 수치다. 취업 의지가 없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도 구직 활동도 안 하고 그냥 쉬는 '쉬었음' 인구는 지난달 256만7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20대는 43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했다.


청년층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 8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대 남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2.1%로 전년 대비 0.7%P 준 반면, 20대 여성의 참가율은 66.4%로 같은 기간 0.4%P 늘었다.

경제적 독립이 요원하다 보니 결국 부모에 기대게 된다. 지난 4월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20·30대 19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77%가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모의 집에서 같이 사는 사람 비율은 43%였고, 부모에게 자기 거주지의 월세나 용돈 등을 받는다는 응답도 41%에 달했다. 부모와 같이 살면서 용돈도 받는다는 응답은 7%였다. 20·30세대가 독립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 수입의 부재(56%)' 때문이었다. 이어 '생활비 부담'이 17%, '독립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이 13%로 뒤를 이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WSJ은 사회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통적인 성 역할이 변하는 과정에서 팬데믹이 만든 '고립의 기간'이 남성들을 조금 더 도태시켰다고 진단했다. 미국 소년 및 남성 연구소의 리처드 리브스 회장은 "남자들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면 활동에 더 많이 의존하는데, 팬데믹 등을 계기로 좌절을 경험했고 회복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분석이다.

다른 성평등 단체 이퀴문도의 게리 바커 이사는 "집 밖에 나가지 않고 고립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네트워크는 좁아지고 직장에 들어갈 사회적 자본이나 기술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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