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배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 광역수사 1반장. / 사진=정세진 기자
2022년 11월 19일 늦은 오후 한 시사프로그램 내용이 유난히 귀에 '꽂혔다'. 경기 의정부를 중심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대부중개업체 이야기였다. 피해자 본인은 물론 지인과 가족까지 파산시키는 수법이 악랄했다.
의정부를 관할하는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 광역수사1반은 즉각 수사에 돌입했다. 김창배 반장(54)과 동료 수사관 4명은 휴가를 반납하고 1년 넘게 수사에 매진했다. 그 결과 대부중개업체 대표 A씨 등 211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거했다.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피해자만 425명, 피해액은 125억원에 달했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7월 범죄단체조직죄, 사기 등 혐의로 211명을 검거하고 이중 대부중개업체 대표 A씨(50대)와 중고차 딜러 B씨(30대) 등 2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른바 '자산론' 수법을 직접 고안해 중고차를 구매하면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며 피해자를 속였다. /사진=경기북부경찰청 제공
A씨 등에 속은 피해자들은 대출금으로 시세 대비 10배 이상 가격으로 중고차들을 샀다. 대출금 중 차량 원가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A씨 업체가 챙겼다.
피해자들은 원금의 20%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하면서도 믿고 기다렸다. 이 때 A씨 업체 직원이 다른 대부업체라고 속이고 피해자에게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며 신용 조회를 유도했다. 피해자가 신용조회에 응하면 A씨 업체 직원이 다시 연락해 '대출 조건을 어겼다'며 피해자 잘못으로 대환 대출이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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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수법을 익힌 A씨 업체 직원들은 독립해 다른 대부중개업체를 차리고 타지역에서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 대다수가 20대인 사기 일당은 SNS(소셜미디어)에 골프 여행이나 명품 사진 등을 올렸다. 피해자 다수는 사기를 당한 것도 몰랐고 대출 조건을 어겼다고 자책하며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A씨 업체 직원들의 해외 골프여행 사진. /사진=경기북부경찰청
A씨 일당이 운영했던 불법대부업체 사무실. /사진=경기북부경찰청 제공
피해 상황도 심각했다. 피해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지인까지 파산이나 개인 회생을 신청한 이들이 많았다.
김 반장은 "피해자들은 A씨 업체가 중개해 준 고리대금 사채 이자와 원금을 계속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밭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피해자를 찾아간 적도 있다"고 했다.
수사팀이 1년 넘게 수사한 끝에 대부중개업체 4곳의 대표와 직원 등 211명을 검거하고 이 중 20명을 구속했다.
김 반장은 "치안 최일선에서 형사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모든 성과엔 우리팀 형사 5명의 지분이 20%씩 있다"며 "시민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김창배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 광역수사 1반장과 팀원들. /사진=정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