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국 앞 졸망스러워"…북한 김여정, 국군의날 행사에 '조롱'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4.10.0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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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국군의날 행사에 '美 전략폭격기' 잠깐 등장했는데…"윤석열, 수하졸개들 도열하는 모습이 명장면" 선동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이 지난 1일 우리 군의 국군의날 행사에 대해 도넘은 발언을 이어갔다. 사진은 김여정이 2018년 2월 강원 강릉시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을 방문해 이야기를 하는 모습. / 사진=뉴시스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이 지난 1일 우리 군의 국군의날 행사에 대해 도넘은 발언을 이어갔다. 사진은 김여정이 2018년 2월 강원 강릉시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을 방문해 이야기를 하는 모습. / 사진=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이 최근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두고 "식민지 고용군의 장례행렬"이라며 선을 넘는 발언을 하고 나섰다. 한미동맹이 사실상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되고 막강 군사력을 과시하자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라고 표현한 것이다.

김여정은 3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로 '들개무리의 힘자랑인가, 식민지 고용군의 장례행렬인가'라는 제목의 담화를 공개했다. 부제목엔 '대한민국의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지켜본 소감에 대하여'라고 쓰였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통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식과 시가행진 행사를 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군의 대비태세와 우수 무기체계 등을 국민들에게 선보였다. 기념식에선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 중 하나인 B-1B 랜서(Lancer·창기병)와 우리나라가 자력 개발한 '괴물 미사일' 현무-5도 공개됐다.

김여정은 "빈 달구지 굴러가는 소리가 더 요란한 법, 국군의날 기념행사라는 것이 신통망통 그러했다"며 "이번에 한국은 국군의날을 기념한답시고 어중이떠중이들을 잔뜩 불러다 놓고 그 무슨 기념식이니 시가행진이니 하는 잡다한 놀음들을 요란스레 벌려 놓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여기에 3축 타격체계와 유무인 무기체계를 포함한 80여종에 달하는 각종 무장장비들을 다 꺼내놓고 온갖 미사려구(미사여구)로 강한 국군의 모습이니 대북 억제력의 과시니 하며 떠들어대기도 했다"며 "이번 놀음에 대해 굳이 한마디 한다면 들개 무리가 개울물을 지나간 듯 아무런 흔적도 여운도 없는 허무한 광대극에 불과했다"고도 했다.

이어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이번 기념행사의 주역으로 등장해 한국군을 사열한 것부터가 실로 특색 있었다"며 "B-1B가 서울 상공을 활개 치는 속에 한국의 군통수권자와 수하졸개들, 괴뢰 륙해공군(육해공군)이 정중히 도렬(도열)해 경의를 표하는 몰골이야말로 세계 열병사에 두번 다시 없을 혼자 보기 아까운 오직 식민지 한국에서만 연출할 수 있는 명장면이라 하겠다"고 주장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지난 1일 오전 제76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서울 송파구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 사진=뉴스1'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지난 1일 오전 제76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서울 송파구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번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B-1B 비행 장면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김여정은 이를 과장해 선전·선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노동당에서 선전선동부부장도 겸임하고 있다. 우리 군이 선보인 현무-5에 대해선 '흉물' '한국 것들의 기상천외한 사유 방식' '거대한 달구지' '잔뜩 몸집만 불쿤(불퉁) 기형' '기형 달구지'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김여정은 "힘의 대결에서 밀리우지(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리 조급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해도 이것은 핵보유국(북한) 앞에서 졸망스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저들이 비핵국가의 숙명적인 힘의 렬세(열세)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이 한국의 '전략사령부' 창설로 이번 기념식이 더 의의있었다고 기염을 토한 데 대해서도 언급해보자"며 "전략무기(핵무기)를 단 하나도 보유하지 못한 무리가 '전략사령부'라는 것을 조작해 냈다는 것은 비루먹은 개가 투구를 썼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김여정은 "이번에 윤석열이 전쟁열에 잔뜩 들떠 돋구어댄 대결 악청은 종말을 앞둔 자의 최후비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허세 부리기에 열을 올렸지만 불안 초조한 심리의 려과(여과)없는 로출이였다(노출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광대놀음에서 한국 것들이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 있다"며 "이미 미국의 값눅은(값이 싼) 고용병으로 철저히 길들여지고 상전의 패권 야망 실현의 총알받이로 전락된 한국이 갈수록 쇠퇴 몰락하는 미국과 함께 파멸의 나락으로 겁기 없이 질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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