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사장을 맡으면 다른 사람은 회장을 맡는 식으로 영풍상사와 영풍광업의 사장과 회장을 번갈아 나눠 맡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두 사람이 국내 고액납세자 상위 10위권에 들어가기도 했다. 일제시대 개발된 연화광산을 뿌리로 아연광 수출에서 아연제련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1977년 영풍의 초기 지분이 장병희 창업주 26.8%, 최기호 창업주 25.8%로 1% 포인트 밖에 차이가 없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구조가 변해갔다. 1980년 최기호 영풍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최씨 집안에서 창업주의 장남인 최창걸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했고, 두 집안은 1989년경 인사와 자금 등 여러 면에서 분리 경영을 시작했다. 당시 보도를 보면 장씨 가문은 영풍·영풍광업·영풍기계·영풍건설·영풍트레이딩·영풍개발 등을, 최씨 가문은 고려아연·서린금속·영풍정밀·코리아니켈을 나눠 운영했다.
최근 갈등은 배당금과 미래 투자비전의 이견이 불씨가 됐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지난 2일 최 회장이 서울 그랜드하이얏트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이 있었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장 고문 측은 최 회장이 몇 년 전부터 한화·LG·현대자동차 등과 손잡고 우호 지분을 늘린 것을 경영권에 대한 도전으로 봤다. 최 회장은 이들 3개 그룹과 주식 맞교환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우호지분을 포함해 33%로 엇비슷하게 맞추자 장 고문 측은 이를 대주주에 대한 반란으로 보고 반격에 나섰다.
반면 최 회장은 이같은 장 고문과 영풍의 반격(MBK와의 주식공개매수)이 오히려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위이자 회사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며 경영권 방어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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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총수는 장형진 고문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영풍이 25%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라고 해서 고려아연의 주인일 수는 없다"며 "25%가 주인이면 나머지 75%는 종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제가 고려아연의 의장인 이유는 고려아연 주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도, 최 씨이기 때문도 아닌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이사로 뽑아주셨고 이사회에서 저를 임명해 주셨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이다. 정부의 지원과 주주들의 신뢰, 종업원들과 경영진의 노력으로 성장한 기업은 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동안 재계에서 일반적으로 얘기돼왔던 것(지분이 많은 대주주가 임자라는 것)과 다르게 '기업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4일 양측은 수조원을 들고 공개매수와 자사주 매입으로 맞붙는다. 고려아연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그 결과는 주주들의 지지표를 통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