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의심환자 느는데…비축한 백신 58% 유효기간 지났다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10.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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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카부=AP/뉴시스] 4일(현지시각) 콩고민주공화국 남키부주 가미투가 종합병원에서 엠폭스(MPOX)를 앓고 있는 남성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장 카세야 사무총장은 9만9천회 이상 접종이 가능한 첫 백신이 5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도착한다고 밝혔다. 2024.09.05. /사진=민경찬[부카부=AP/뉴시스] 4일(현지시각) 콩고민주공화국 남키부주 가미투가 종합병원에서 엠폭스(MPOX)를 앓고 있는 남성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장 카세야 사무총장은 9만9천회 이상 접종이 가능한 첫 백신이 5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도착한다고 밝혔다. 2024.09.05. /사진=민경찬


주로 남성 감염자의 성 접촉으로 발생하는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의심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질병관리청이 비축하고 있는 두창백신의 절반 이상이 유효기간을 경과한 물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도 백신 구매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3일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남원장수임실순창, 보건복지위)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했더니 올해 8월 기준, 질병관리청이 비축 중인 두창백신 3974만명분 중 유효기간을 넘기지 않은 물량은 1671만명분(42%)에 불과하며, 유효기간을 지난 물량이 2303만명분(58%)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비축량 가운데 유효기간이 지난 물량 비율은 2019년 27%에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유효기간을 경과한 2303만명분 중 6년 이상 경과한 보관물량이 718만명분(31.2%)으로 가장 많았고, 3~5년인 것도 912만명분(39.6%)에 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질병관리청의 연도별 신규 확보 구매 물량은 줄어들고 있다. 2019년 285만 명분에서 2022년 228만 명분으로 줄었고, 올해는 200만 명분에 해당되는 신규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뿐 아니라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두창백신 구입 예산은 올해 52억7600만원에서 72.7%가 감액된 14억4000만원만 편성됐다. 앞서 정부는 올해 정부 예산안에도 긴축재정을 이유로 두창 백신 비축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또 질병관리청에서 비축 중인 두창 백신 대부분의 물량은 2세대 백신으로 백시니아바이러스를 무균 배양된 세포주에 접종해 생산한다. 부작용이 많아 심질환, 면역저하자 및 아토피 환자 등은 금기대상이며, 투여 방법이 분지침에 백신 용액을 담근 후 피부에 15회 정도 찌르는 방식이라 까다로워 3세대 백신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생물테러 및 국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대비해 총인구의 80% 비축을 권고하고 있다. 두창은 두창 바이러스에 의해 나타나는 발열, 수포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급성 질환으로 생물테러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병원체다. 현재는 생물테러 대응 인력 및 의료인, 실험실 종사자 등 바이러스에 노출된 위험이 있는 사람에 대한 접종만 제한적으로 실시된다.


박희승 의원은 "생물테러에 대비한 필수 비축물자는 재정 효율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만약에 경우라도 걷잡을 수 없는 국가적 공중보건 위기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정부가 이를 경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WHO가 엠폭스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재선포하고, 국내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장기보관 물량을 순차적으로 폐기하고, 3세대 백신으로 비축을 전환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카부=AP/뉴시스] 4일(현지시각) 콩고민주공화국 남키부주 가미투가 종합병원에서 엠폭스(MPOX)를 앓고 있는 남성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장 카세야 사무총장은 9만9천회 이상 접종이 가능한 첫 백신이 5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도착한다고 밝혔다. 2024.09.05. /사진=민경찬[부카부=AP/뉴시스] 4일(현지시각) 콩고민주공화국 남키부주 가미투가 종합병원에서 엠폭스(MPOX)를 앓고 있는 남성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장 카세야 사무총장은 9만9천회 이상 접종이 가능한 첫 백신이 5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도착한다고 밝혔다. 2024.09.05. /사진=민경찬
한편 엠폭스는 감염된 사람·동물의 체액이나 피부·점막 병변(발진·딱지 등)에 주변 사람이 '직접' 접촉할 때 잘 전파된다. 감염자와의 성관계나 피부 접촉 시 감염 위험이 가장 크다는 얘기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특히 엠폭스는 성 접촉을 통해 가장 널리 전파된다"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엠폭스 발병 현황을 보면 남성 동성애자 그룹에서 유행하는 게 특징으로, 남성의 정액 같은 체액을 통한 감염이 주된 감염 경로로 보인다"고 밝혔다.

엠폭스는 체액 중에서도 침·땀이 아닌, 감염자의 정액·혈액 등이 상처 난 부위를 통해 더 잘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기관 방역전문가 A씨는 "정액·혈액이 모두 '혈장'에서 유래된다는 점에서 보면 혈장 유래 물질을 통한 전파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일반적인 성관계에서는 질 내 상처·출혈이 날 가능성은 드물지만, 항문 성관계에서는 항문 점막에 상처가 나고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감염 통로를 단순히 정액만 놓고 보기보다는 '상처 부위를 통한 혈장 유래 체액(정액·혈액) 감염'으로 봐야 한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엠폭스가 일반적인 이성 간 성관계보다 항문성교를 즐기는 남성에서 더 잘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은 항문성교 후 '상처'난 곳에 혈장 유래 체액 속 바이러스가 침투해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엠폭스에 걸린 남성(양성애자)이 여성과 항문성교를 한다면 여성의 항문 점막 상처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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