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왜 깼지" 땅 치고 후회?…혜택 늘려도 '시큰둥', 왜[부릿지]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김아연 PD, 신선용 디자이너 2024.10.04 05:10
글자크기


안녕하세요 부릿지 김효정입니다. 여러분, 청약통장 다 가지고 계세요? 부모님 세대에 주택청약통장 가입은 당연한 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청약을 포기하는 '청포족'이 늘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45만7228명인데요. 지난 7월(2548만9863명)보다 3만2635명 줄어든 수치입니다. 지난해 12월( 2561만3522명)보다는 15만6294명 감소했고 지난해 8월 말(2581만5885명)과 비교하면 무려 35만8657명이 줄었습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꾸준히 감소하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청약통장 가입 혜택을 늘리는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어떻게 달라지는지 부릿지가 정리해봤습니다.

"청약통장 왜 깼지" 땅 치고 후회?…혜택 늘려도 '시큰둥', 왜[부릿지]


금리 최대 3.1%, 월 납입액은 25만원까지
그동안 청약통장 가입자 이탈의 가장 큰 이유가 낮은 금리 때문이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정부는 재작년과 작년에도 청약저축 금리를 각각 0.3% 포인트, 0.7% 포인트 인상했는데요. 이번에도 0.3% 포인트를 인상해 지난달 23일부터 2.3%에서 최대 3.1%까지 금리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전 납입분에 인상된 금리가 적용되는 건 아니고요. 인상 전 납입분에는 이전 금리가 적용됩니다.

사실 이정도 인상은 크게 와닿지 않죠. 이것보다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청약통장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는 거 아세요? 지금 우리가 청약통장이라고 가입하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은 2009년부터 도입됐습니다. 15년밖에 안 됐어요. 그런데 우리 부모님도 청약통장 갖고 계셨잖아요?


그때는 용도에 따라 상품이 청약예금, 청약부금, 청약저축으로 나뉘어 있었어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청약예금과 부금은 민영주택을 공급받기 위한 청약통장, 청약저축은 공공주택을 공급받기 위한 통장이에요. 각 통장 용도에 어긋나는 유형은 신청할 수 없었죠.

정부는 이번달부터 이 통장들을 종합저축으로 전환해 모든 유형에 청약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종합저축의 금리와 소득공제, 통장 보유기간 합산 등 혜택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적은 신규 납입분부터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공공주택만 가능했던 청약저축 가입자가 이번달 1일에 종합저축으로 전환했다면 이날을 기점으로 청약신청에 필요한 납부기간을 충족해야 접수가 가능해지는 거죠. 대신 청약저축 가입 기간은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만약 공공주택 청약을 넣는다면 그동안 납부한 개월수에 추가로 납부한 총 기간이 인정됩니다.



전환은 기존 청약통장을 만들었던 은행에서 하면 됩니다. 은행에 가서 청약통장을 해지한다고 하지 마시고 종합저축으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말씀하시면 돼요. 다음달부터는 타행전환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일정이 확정된 건 아니에요. 전환가입은 내년 9월30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가능합니다. 또 기존 청약통장으로 청약을 신청한 사람은 청약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전환신청이 불가능합니다.

또 하나 더 중요한 내용. 월 납입 인정액이 상향됩니다. 그동안에는 내가 매달 20만원, 30만원씩 넣어도 10만원만 납입액으로 인정됐는데요. 다음달부터 매월 25만원까지 인정됩니다. 이번달은 10만원만 인정되니까 다음달부터 25만원씩 넣으시면 돼요.

그런데 매년 월 납입 인정액을 감안해 선납하는 분들이 계시죠. 10만원씩 1년치 120만원을 납부하고 자동으로 들어가게 하는 건데 이런 분들은 11월, 12월도 10만원이 들어가니까 올해 납입액이 나머지 두달을 25만원씩 넣은 분들보다 30만원이나 차이가 나게됩니다. 손해죠. 그래서 선납한 분들도 11월, 12월분은 새로 넣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청약통장 소득공제 한도도 기존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됩니다.

문제는 가족 수...'금수저 위한 청약' 비판도
자 이런 혜택을 마구 추가했으니까 너도나도 청약통장에 가입하려고 할까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일단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금리 인상폭이 그렇게 크지 않아요. 요즘 각종 은행에서 이벤트성으로 내놓는 고금리 소액 적금상품들도 많잖아요. 금리면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무엇보다 청약통장 무용론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통장을 쓸 수 있는 곳이 없단 거예요. 서울 수도권의 경우 공급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신축아파트 품귀현상으로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죠.

청약가점으로 경쟁률을 뚫기엔 받을 수 있는 가점이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청약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통장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 등으로 산정하는데요. 무주택 기간(32점)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은 15년이 넘으면 만점을 채울 수가 있기 때문에 30대 중반도 만점을 받을 수 있어요.

문제는 가족 수죠. 7인 가구 이상일 때 35점 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를 빼고 같이 사는 가족이 6명이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이걸 종합해서 84점 만점을 받으려면 7인 이상 가구가 15년동안 무주택으로 살아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도 최근 강남권 청약에서 만점통장이 계속 나오고 있죠. 위장전입 등 편법이 적발되기도 하지만 이런 가점제도에서 자녀가 없거나 한 명 정도인 가정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거죠.

금수저들을 위한 개편이란 지적도 있어요. 정부는 청약통장 가입 혜택 범위를 늘리겠다면서 미성년자의 청약 납입 인정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청약통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 학생들이 소득이 있나요. 결국 부모님이 납입해주시겠죠. 월 25만원, 5년간 1500만원을 부모님이 내주게 됩니다. 아무래도 여유있는 가정에서만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거죠.

청약통장 무용론에 이번 발표에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이런 누더기식 개편대신 아예 가점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로 궁금한 내용이나 의견을 달아주세요. 부릿지가 취재해보겠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