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61구 완벽투→최승용 강판', 사령탑 "5~6이닝은 못 던질 것" 예상→결국 불펜야구 택했다 [WC2 현장]

스타뉴스 잠실=안호근 기자 2024.10.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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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승용이 3일 KT와 WC 2차전 5회초 고개를 떨군 채 교체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두산 최승용이 3일 KT와 WC 2차전 5회초 고개를 떨군 채 교체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최승용이 5~6이닝 던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의 기대는 기분 좋게 엇나갔다. 상상을 초월하는 호투로 분위기를 반전했다. 그러나 돌연 5회 마운드를 내려갔다.

최승용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회 2사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유일한 선발의 믿을맨 곽빈이 1이닝 만에 4실점하며 무너졌고 그대로 흐름을 뒤집지 못하고 패했다.

2차전엔 11승 투수 웨스 벤자민을 상대로 최승용이 무거운 짐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벤자민의 평가 우위가 있었다. 최승용은 올 시즌 12경기(선발 6회)에 등판해 2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6.00에 그쳤다. 시즌 전부터 팔꿈치 피로 골절과 4월 충수염(맹장 수술)으로 전반기를 날린 뒤 후반기에나 복귀했고 이후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시즌 막판 흐름은 남달랐다. 시즌 막판 2경기에서 11이닝 동안 5실점, 2연승을 달렸다. 선발로 충분한 준비를 할 시간이 없었기에 투구수에 한계가 있었던 터라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승리를 따냈다는 건 가을야구를 앞둔 두산에 큰 힘이었다.

조던 발라조빅이 불펜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두산의 2선발 역할을 맡았다. 더구나 에이스가 무너진 상황에서 무조건 승리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역투 중인 최승용. /사진=김진경 대기자역투 중인 최승용.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러나 최승용은 사령탑의 기대도 뛰어넘었다. 1회 2사에서 장성우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으나 강백호에게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을 연달아 던지며 루킹삼진을 잡아내 이닝을 마쳤다. 2회부터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5회 들어 불펜에서 이영하가 몸을 풀기 시작했지만 최승용은 2사까지 잘 잡아냈다. 그러나 2사 1루에서 배정대에게 내야 안타를 내주자 포수 김기연이 마운드에 올라섰고 박정배 투수 코치까지 마운드를 방문했다. 결국 투수를 교체했다. 불펜 야구를 택한 것이다.

최승용은 4⅔이닝 동안 61구를 던지며 3피안타 2탈삼진 깔끔한 투구를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7㎞이 찍혔고 평균 145㎞를 기록했다. 72%(44/61)가 스트라이크로 기록될 정도로 제구도, 과감성도 뛰어났기에 더욱 의아한 선택이었다.



이승엽 감독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내일이 없다. 최승용이 5~6이닝을 던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규시즌과는 다르다"며 "올 시즌 85개 이상을 던진 적이 없어 많은 이닝보다는 한 이닝씩 던진다는 생각으로 전력으로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불펜 소모가 아주 많지는 않았다. 쓸 수 있는 불펜은 다 써야 한다. 최승용이 길게 던지고, 초반 대량득점을 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은 다 투입하겠다. 투수들이 막아줘야 한다"고 전했다.

두산은 올 시즌 불펜 ERA 1위에 오른 막강한 뒷문의 힘을 자랑한 팀이었다. 이영하, 이병헌, 홍건희, 김택연 등까지 믿음직한 불펜 투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좀처럼 최승용을 공략하지 못하던 터라 다소 아쉬움이 남았고 관중석에선 최승용의 교체가 결정되자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만큼 팬들로서도 아쉬움이 남은 결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영하가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3번째 투수로 나선 이병헌이 뜬공 타구를 유도해 실점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박정배 투수 코치(오른쪽)가 마운드에 올라 교체되는 최승용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박정배 투수 코치(오른쪽)가 마운드에 올라 교체되는 최승용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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