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의 브랜든 고메스 단장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홈구장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MLB.com, FOX 스포츠 등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이전 입장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오타니가 포스트시즌에서 던질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시리즈 가장 큰 화두는 오타니의 커리어 첫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활약이다. 2018년 LA 에인절스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오타니는 그동안 단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꾸준히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올해 LA 다저스에 10년 7억 달러 FA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총액 97%를 계약 종료 후 받는 '지불유예'를 선택했다.
자연스레 오타니가 과연 첫 포스트시즌에서도 지금과 같은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상황. 그런데 지난달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투수 등판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오타니 쇼헤이가 캐치볼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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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의 재활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 발언에는 힘이 실렸다. 오타니는 올해 5월부터 60피트(약 18.3m) 거리에서 60~70개씩 가볍게 던졌고 이때 구속은 시속 80마일(약 129㎞)까지 나왔다. 7월에는 거리를 30m까지 늘려 캐치볼임에도 시속 87마일(약 140㎞)을 던져 놀라움을 안겼다. 수술한 지 꼬박 1년이 된 이달 6일에는 포수를 앉혀 놓고 불펜 피칭을 했다. 총 15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 구속은 시속 92마일(약 148㎞)까지 나왔다. 투심 패스트볼 등 변화구도 곁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9월 말에는 라이브 피칭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나왔으나, 계속된 관심에 LA 다저스는 말을 바꿨다. 고메스 단장은 "오타니가 던지는 건 계속하지만, 타자를 상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오타니는 경기 전과 쉬는 날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몇 달 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그가 올가을 투수로 나서기 위해선 라이브 피칭에 들어가야 한다. 현재로선 오타니의 투수 복귀는 2025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타니는 만약 등판한다 해도 선발 투수로서는 무리다. 잘해야 1이닝 소화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부상으로 점철된 LA 다저스 마운드 탓이 크다.
이번 시리즈에서 LA 다저스는 1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베테랑 클레이튼 커쇼를 쓸 수 없다. 글래스노우는 지난 8월 13일 팔꿈치 건염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지난달 15일 최종 시즌 아웃됐다. 커쇼 역시 8월 말 왼쪽 엄지발가락 통증으로 이탈했고 재활까지 최소 6주 이상이 걸린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클레이튼 커쇼. /AFPBBNews=뉴스1
투수 오타니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오타니는 2018년 빅리그 도달 후 투·타 겸업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2021년부터 마침내 방법을 깨우친 듯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2021년 이후 선발 투수로 74경기에 등판해 34승 16패 평균자책점 2.84, 428⅓이닝 542탈삼진으로 9이닝당 탈삼진율이 11.4개에 달하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냈다.
더욱이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퍼포먼스가 투수 오타니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오타니는 미국과 결승전에서 일본이 3-2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라 무키 메츠에게 병살타,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 처리하며 우승을 이끌어 화제가 됐다. 실제로 미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X(구 트위터)에는 오타니의 불펜 등판 가능성에 이때를 떠올리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오타니는 타자로서 팬들에게 설렘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는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후 공식 인터뷰에서 "아직 포스트시즌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시즌을 되돌아보지 않겠다. 그보다 향후에 좋은 추억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나타낸 바 있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