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임시주총' 요구한 형제, 모녀와 맞불…경영권 분쟁 2라운드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4.10.0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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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사진=머니S /사진=임한별(머니S)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사진=머니S /사진=임한별(머니S)


한미약품 (316,000원 ▼5,500 -1.71%)그룹의 분쟁이 이번엔 임시 주주총회 소집 경쟁으로 번졌다. 모녀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31,350원 ▼550 -1.72%)의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자 형제가 계열사 한미약품 임시 주총 소집으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형제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해임을 추진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공문을 통해 한미약품에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했다. 안건으로는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 이사 선임을 제안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이 소집 절차를 취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의 계열사이지만 최근 한미사이언스로부터 독립 경영을 요구한 상황이다.

이에 형제 측은 박재현 대표 등을 해임해 계열사가 지주사로부터 독립하려는 시도를 저지하려고 한다. 지난달에는 이사회를 열고 박재현 대표를 해임하고 장남 임종윤 이사를 단독 대표로 선임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실패했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10명으로 구성됐는데 이중 모녀 측 인사는 7명으로 형제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임종윤 이사는 경영진 교체를 위해 임시 주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은 "임시 주총 소집은 일정 자격을 갖춘 누구라도 요구할 수 있는 주주 권리"라고 전했다.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었다. 한미사이언스가 임시 주총 소집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봤다.

한미사이언스는 현재 한미약품 지분의 41.4%를 보유한 대주주다. 오너일가 중 누구도 한미약품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구조다. 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의 임시 주총을 소집하기 위해선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의 동의를 먼저 얻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초 한미사이언스는 임시 이사회를 열었지만,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만 논의했다. 이에 대해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일방적인 주장이자 프레임"이라며 "한미약품의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가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약품 임시 주총 역시 한미사이언스와 동일하게 법적 싸움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법적 절차를 거쳐 주총을 열더라도 상법상 임기가 남은 이사를 교체하거나 해임하는 건은 특별결의로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가 필요하다. 형제 측이 이기기 위해선 추가 표가 절실한 상황이다.



형제는 올해 초 주총에서 불리한 상황을 뒤집는 역전승을 선보였다. 모녀와 비교해 지분이 부족했지만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동국 회장과 갈라선 모양새다.

게다가 모녀와 대주주연합으로 손잡은 신동국 회장은 한미약품 지분 약 9.1%(한양정밀 포함)를 직접적으로 갖고 있어 주총이 열릴 경우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형제가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한방이 없는 것 같다"며 "올해 초와 같은 상황이 다시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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