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입찰을 받은 월곶~판교 전철 공사도 이상한 조건이 있었다. 낙찰자가 덤프트럭으로 터널의 막장까지 직접 내려가 발파암을 싣고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공사 중인 터널의 안쪽 끝까지 트럭을 몰고 들어가라는 건 전에 없던 일이었다. 이 공사도 암질에 이의는 제기할 수 없고, 불순물이 섞여도 전량 구매하도록 했다.
"관급공사 99%가 따지지 말고 가져가라 해"
불량암석 이의제기 마세요 관급공사들 베짱/그래픽=이지혜
국토교통부의 수급계획상 수도권은 전체 골재의 65%를 발파암으로 감당해야 한다. 발파암을 한푼이라도 받고 판매하려던 관급공사들은 협상력이 커졌다. 반대로 발파암을 분쇄해 골재로 만드는 수도권의 골재업체 160여곳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다. 관급공사들은 발파석의 송장(품질보증서) 발급료를 골재업체에 지불하라거나 공사장 운반로에 살수차 운영, 세륜·세차시설을 설치하라고도 한다.
받고보니 30%가 흙...폭약 부순물, 철골, 장갑, 음식물쓰레기까지
경기도의 한 골재업체.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받은 발파암에 섞여 있던 철근, 렌치 등 불순물이 쌓여있다./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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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순물이 섞인 골재는 콘크리트를 만들었을 때 강도가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골재는 시멘트가 굳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데, 표면에 흙이나 다른 불순물이 묻어있으면 시멘트의 결속력이 떨어진다. 레미콘을 제조할 때 물을 얼마나 섞어야 하는지 계산도 어렵게 한다.
발파암 속 불순물은 사람이 눈으로 하나씩 골라내야 한다. 본지가 지난달 30일에 방문한 한 골재업체도 발파암을 옮기는 컨베이어밸트 옆에서 작업자가 철골, 목재 등 불순물을 골라내고 있었다. 정확도도 떨어지고, 매우 위험해 보였다. 흙은 물로 씻어내면 되지만, 폐수를 처리하는 비용이 영세한 골재업계에는 부담스럽다.
이들은 "암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이 불공정한 계약 조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공정위도 '신고를 해달라,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했지만 혹여나 신고한 업체명이 소문이라도 나면 추후에 구매 입찰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관급공사가 불순물 섞인 발파암을 강매하는 것은 콘크리트 강도 하락을 부추기는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골재의 품질 하락은 최근 신축 아파트 하자 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문제다. 한 골재업체 관계자는 "일부 선별능력이 떨어지는 골재장은 불가피하게 이물질이 섞인 발파암으로 골재를 생산할 수도 있다"며 "관급공사 차원에서 이런 일을 막아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