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클린스만·홍명보 선임 절차·규정 위반 드러나..문체부 처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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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3, 4차전 출전 명단을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email protected] /사진=김진아

문화체육관광부가 2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가 규정과 절차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축구협회 감사 중간 발표 자리에서다.

다만 축구협회는 답변서를 통해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 대해 '불인정' 의견을 제시해 향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클린스만 선임 절차 때도 전력강화위원들 배제..정몽규 회장이 최종면접 진행

문체부는 우선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 홍 감독 선임과정 뿐 아니라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시에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축구협회와 당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월 전력강화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에이전트를 선임해 후보자 20여 명에 대한 접촉을 진행하는 등 처음부터 전력강화위원들을 배제한 채 선임 절차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 6명은 첫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해 주도록 축구협회로부터 요청받았고 감독 후보자 면접의 경우 1차 때는 전력강화위원장이, 2차에서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각각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은 축구협회와 클린스만 전 감독과의 계약이 체결된 이후, 두 번째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그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축구협회는 이사회 선임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명보 감독 선임시 면접과정 불투명·불공정..'이사회 서면결의'는 단순 요식행위

홍 감독 선임 시 문제점은 이미 지난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밝혀진 바와 동일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규정상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를 추천하고 면접 과정도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이 아니어서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데도, 회장과 상근부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 후속 절차 진행을 위임받았다는 이유로 감독 후보자 3인에 대한 대면 면접을 진행한 후 추천 우선순위를 결정해 1순위에 홍 감독을 올렸다.

지난 7월 5일에 있었던 대면 면접 과정도 사전 인터뷰 질문지 없고 참관인도 없는 상태에서 단 둘이 늦은 밤 홍 감독 자택 근처 지인 빵집에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감독직을 제안하고 요청하는 등 다른 감독 후보자의 대면 면접 상황과는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0.02. [email protected] /사진=김명원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하기 전인 지난 6월 27일, 감독 후보자 3명에 대한 추천 우선순위에서도 홍 감독을 1순위로 올려 정 회장에게 보고했는데, 후속 면접도 없이 1순위로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자 2명에 대해서는 비대면 면접이 이뤄졌다.

문체부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지난 7월 6일 오전 홍 감독이 감독직 수락 의사를 밝히자, 그 다음날(6일)부터 행정지원팀에서 연봉 등 계약 조건 협상 및 계약서 작성을 진행했고 8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홍 감독 내정 사실을 발표했다. 이어 7월10~12일 이사회 서면결의를 거쳐 정식 선임하고, 7월15일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도 이사회 이사 중 일부는 '이사회 서면결의가 단순 요식행위에 가부 판정으로 의견을 낸다는 것에 유감'이라는 의견을 냈고,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도 있었으나, 의결정족수(재적이사 26명 중 23명 참가, 23명 참가 중 21명 찬성, 1명 반대, 1명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에 따라 홍 감독 선임 안건이 최종 의결됐다.

홍 감독 선임절차 논란 후 내놓은 축구협회 설명자료는 '허위'

축구협회는 아울러 감독 선임과정의 절차적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자 지난 7월22일 보도설명자료 등을 통해 앞서 6월30일에 진행됐던 전력강화위원회 온라인 임시회의에 참석한 위원 5명으로부터 '감독 후보자 3명 면담과 협상, 감독 내정 후 이사회 추천'의 후속 절차 진행에 대한 동의를 받고 홍 감독을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감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가 영상회의록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살펴본 결과 이 이사가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로부터 감독 추천 최종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졌다. 이와 관련 소명을 요구하자 축구협회는 뒤늦게 지난달 말 답변서를 통해 6월 30일 임시회의는 감독 결정 권한을 특정인에게 위임할 수 있는 정식적인 회의로 인정할 아무런 규정상 근거가 없으며, 감독 선임에 대한 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은 이미 제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때 정 위원장에게 감독 추천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이미 종료된 것이라며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 회장,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2024.9.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다만 이 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근거로 제10차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감독 추천 전권을 위임받은 정 위원장이 6월 28일 사임 의사를 표명하면서, 최종 후보자들에 대한 대면 협상 진행 및 이사회 추천 등을 축구협회가 대신하여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고 축구협회는 정 위원장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이임생 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이 축구협회에 그런 요청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파악했고, 정 위원장 본인의 권한을 축구협회에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하더라도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정 위원장에게 축구협회에 재위임할 권한까지 위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문체부 "10월 말 최종 감사 결과 발표 후 처분 수위 결정"

한편 축구협회는 이번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특정감사 결과 지적 사항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 이사회 선임 절차 누락' 사항을 제외하고는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문체부에 냈다.

문체부는 지난 7월 29일부터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정,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및 철회,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보조금 집행 및 차입금 실행, 지도자 자격관리, 기타 운영 관련 사항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왔고 이번달 말 나머지 사항에 대한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감독 선임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른 처분 요구는 개별적으로 하지 않고 최종 감사 결과를 반영해 종합적으로 처분 수위를 결정한 후 처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