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국 맞나요"…외국인이 짓는 아파트, '순살 사태' 되풀이될라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김효정 기자 2024.10.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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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아파트공화국, MADE BY '외국인'(上)

편집자주 철근이 빠진 아파트, 큰비가 내리면 워터파크로 변하는 아파트.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이 잇단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는 인식에 젊은 기술자들이 건설 현장을 떠난다. 그 자리는 일도 말도 서툰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고 있다.

[단독]이판사판 '공사판'…숙련공 떠나자 외국인·고령자로 '땜질'
①건설 현장 외인화·고령화, '순살 아파트' 원인되나

"여기 한국 맞나요"…외국인이 짓는 아파트, '순살 사태' 되풀이될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건설 현장 근로자 5명 중 1명은 외국인 근로자로 확인됐다. 내국인 근로자는 60대 이상 고령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건설 현장이 외인화, 고령화되고 있다.



1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건설근로자공제회 '외국인 건설노동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건설 현장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0년 16만7000명(비중 11.7%)에서 지난해 22만1000명(비중 13.9%)로 3년 만에 5만4000명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 누적 19만5000명으로, 전체 근로자 중 비중은 14.9%로 높아졌다.

특히 수도권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건설 현장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20년 16.9%에서 현재(8월 기준) 21.9%로 5%p(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는 17.6%에서 19.5%로, 인천에서는 19.5%에서 20.9%로 외국인 비중이 늘었다. 수도권 건설 현장 근로자 5명 중 1명 이상이 외국인인 셈이다.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가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외국인 비중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충남 외 지방 건설근로자 외국인 비중은 지역별로 10%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근로자 10명 중 8~9명(86.2%)은 중국인으로 파악됐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한 중국인 근로자 수(퇴직공제 신고 시 자진 기입자)는 2020년 10만6800명에서 지난해 11만8213명으로 3년 새 10.7% 증가했다. 베트남인이 뒤를 이었는데, 최근 증가세가 가파르다. 베트남인 근로자 수는 2020년 4381명에서 지난해 1만3174명으로 213% 증가했다.

건설 현장의 고령화 현상도 관측됐다. 지난해 60대 이상 건설근로자는 47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9.6%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34만7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4.35%였다. 3년 만에 35% 이상 증가한 것이다. 올해(8월 누계)는 60대 이상 근로자 비중이 29.82%까지 높아졌다. 70대 이상 근로자 수는 2020년 4만명에서 지난해 6만4000명으로 6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젊은 인력들은 힘들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한 건설 현장을 마다하면서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 현장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 근로자보다 업무 숙련도가 떨어지고 언어 차이로 소통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같은 원인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숙련공들이 건설 현장을 떠난 최근 몇 년 새 철근 누락과 상습누수 등 신축 아파트 하자 사례도 늘었다. 외국인이나 고령 근로자들을 건설 현장에서 활용하면 건설 원가는 줄일 수 있지만 산재 등 사고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복기왕 의원은 적정임금제 입법(건설산업법 개정안 등)을 추진 중이다. 국가·지방·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적정임금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도급금액 산출내역서에 노무비를 구분해 작성토록 하고, 하도급·재하도급 계약 체결 시 계약금액에 적정 임금을 반영하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복 의원은 "건설 현장이 불법과 반노동의 온상이 됐다는 인식을 바로 잡아야 숙련근로자 양성이 가능하다"며 "숙련공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적정임금제의 도입을 포함한 종합입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단독]공공 건설현장도 '외국인'…"통역은 여기서" 팔걷은 서울시
서울시가 이달부터 외국인 근로자 실시간 통역시스템을 공공 건설 현장에 도입한다. 민간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주요 도로와 지하차도, 도시철도 등 공공시설 공사 현장에 투입되는 외국인 근로자가 점차 늘어나면서다. 내·외국인 근로자 간 의사소통 오류로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는 도시기반시설 관련 4개 건설공사장에 실시간 통역시스템을 시범 도입한다. 운영 대상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다수 근무하는 △양재대로 구조개선공사 △국회대로 지하차도 2단계 1공구 △동북선 도시철도 4공구 △진접선 차량기지 2공구 등이다.

각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적게는 13명(양재대로 구조개선공사) 많게는 119명(동북선 도시철도 4공구)에 달한다. 국적도 태국·캄보디아·미얀마·중국 등 다양하다.



현재 서울 시내 도로·철도 등 도시기반시설 건설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451명으로 전체 상시근로자(2379명)의 19%에 달한다. 시는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 안전관리대책으로 '찾아가는 외국인 근로자 안전교육'과 '현장별 모의훈련'을 각각 연 2회, 3회 실시해왔다. 그러나 건설 현장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안전사고를 막기에는 제한적이었다.
"여기 한국 맞나요"…외국인이 짓는 아파트, '순살 사태' 되풀이될라
최근 3년간 도시기반시설 건설 현장 외국인 근로자 안전사고는 △2022년 1건(충돌) △2022년 3건(골격근·추락·전도) △2023년 1건(전도) 등 총 5건이다. 사망사고는 없었지만 매년 부상자가 발생했다.

외국인 근로자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의사소통 능력 부족이다. 건설 현장 특성상 위험 상황 등을 실시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다. 그러나 시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중 건설 현장 전문용어 등에 대한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자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40%가 일상대화가 가능한 수준이고 근로자 절반은 단순 의사 표현만 가능하다.

이에 서울시는 민간업체에 의뢰해 통역시스템을 개발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각 근로자가 설정한 국가의 언어로 실시간 음성 및 문자 번역이 이뤄진다.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라오스어 등 55개국까지 동시통역이 가능하다. 내부 시연 결과 정확도는 95%에 달한다.



시는 10월 중순부터 4개 현장에 통역시스템을 도입, 연말까지 운영한 뒤 현장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운영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모니터링은 시스템의 정확성, 사용성, 휴대편리성 등 여러 가지 항목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관리자별, 근로자별, 국적별로 대상을 나눠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소통 부재로 안전교육이나 품질 관리에 한계가 있어 체계적인 소통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통역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며 "현장에서도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실시간 의사소통을 통해 현장의 미비한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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