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공지능 시대, 누가 어떻게 돈 버나

머니투데이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2024.10.0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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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AI(인공지능)는 기술·산업현장은 물론이고 투자시장에서도 중요한 변화의 키워드가 됐다. 디지털전환을 넘어 AI 전환국면으로 접어드는 현 상황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은 아마 엔비디아와 TSMC 등 AI반도체 기업일 것이다. 한국 기업 중에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반도체 제조의 밸류체인에 포함돼 있어 수혜를 누리고 있다.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클라우드분야 빅3도 AI 특수로 수익이 늘고 있다. AI 구현 플랫폼과 디바이스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애플 역시 AI 효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의 리더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클로드'를 개발한 앤스로픽 등이지만 정작 이들 기술기업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하거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AI반도체가 고수익 창출의 중심이다. AI 연구기업이건 서비스 기업이건 반도체는 필수이므로 그 특수를 기반으로 반도체 기업이 제일 잘 나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픽앤드쇼벨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픽앤드쇼벨'(Pick & Shovel)이란 19세기 미국 골드러시 당시 금광으로 몰려든 광부들에게 곡괭이(Pick)와 삽(Shovel)을 팔던 사람이 돈을 번 역사적 사실에 착안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금광을 찾아 몰려든 기업과 노동자가 많았기에 금광기업보다 곡괭이, 삽을 파는 기업이 오히려 안정적 수익을 올린 것이다. 물론 운이 좋아 금맥을 발굴하고 개발하면 금광회사가 엄청난 돈을 벌었겠지만 골드러시 국면에서는 금광회사뿐만 아니라 채굴 관련 다른 기업도 돈을 벌 수 있었다. 금광회사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가능성이 컸지만 곡괭이나 삽 제조판매사는 큰 리스크 없이 돈을 벌 수 있었다. 또한 당시 험한 작업을 해야 했던 광산노동자들은 잘 찢어지지 않는 소재로 만든 청바지를 즐겨 입었기에 리바이스 같은 회사도 운 좋게 돈을 벌었고 노동자가 고향에 송금하던 특수 때문에 송금업자도 함께 돈을 벌었다. 픽앤드쇼벨은 오늘날 유용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그 핵심 아이디어는 특정 산업이나 트렌드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산업에 필요한 도구나 서비스를 제공해 기회를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리스크는 줄이면서도 성장산업의 이점은 최대한 누릴 수 있다.



지금 AI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 직접 AI 기술을 개발하거나 서비스하는 기업이 아니라 AI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나 TSMC 그리고 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돈을 벌고 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은 19세기 골드러시에 비견할 만한 '디지털 골드러시'며 AI반도체나 데이터 클라우드는 디지털 골드러시의 픽앤드쇼벨에 해당한다. AI 시대에는 AI 기술기업만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하드웨어, 부품, 인프라, 데이터센터 기업 등도 엄청난 기회를 맞게 된다.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뒷받침하는 인프라에도 주목해야 하며 AI 산업생태계 전반을 크게 봐야 하는 이유다.

AI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시장이 커지면 결국 AI 개발사와 서비스 회사가 가장 큰돈을 벌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클라우드 회사 등 연관회사에도 마찬가지로 큰 기회가 주어진다. AI 기술인재 수요가 급증하면 AI 교육프로그램, 온라인 강좌, AI 전문출판사도 AI 시대의 '픽앤드쇼벨' 제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AI 보안솔루션 회사나 빅데이터 기업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 중 AI산업에 뛰어들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다. AI가 디지털 골드러시이자 미래의 기회임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AI 시대에 누가 어떻게 돈을 벌지, AI 생태계의 어느 영역에서 어떤 기업이 잭팟을 터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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