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살 안 쪄도 '비만약' 쉽게 구하더니…여성이 남성의 4배 투여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4.10.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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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비만치료제 '삭센다' 처방 현황/그래픽=김다나성별 비만치료제 '삭센다' 처방 현황/그래픽=김다나


국내에서 여성의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 투여가 남성 대비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남성 비만율이 여성의 2배에 이를 정도로 남성 비만자가 여성보다 많은 것을 감안하면 여성의 복용률이 훨씬 높은 셈이다. 사용 허가가 되지 않은 10세 미만 소아도 일부 처방받았다. 삭센다의 경우 온라인 등으로 불법 유통되기도 하는데 이달 삭센다보다 감량 효과와 투여 편의성이 높은 비만약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출시를 앞두고 비만약의 오남용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부천시갑)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성별 삭센다 처방 현황(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 통해 전송 완료된 입원·외래 처방 점검내역 대상 처방건수 산출 기준)을 보면 2018년 2만8898건, 2020년 7만8080건, 2022년 13만8353건, 지난해엔 17만1223건으로 증가세다. 올해도 6월까지 처방 수가 9만4884건으로 비만약 처방 증가세가 이어졌다.



특히 여성 처방률이 높다.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여성의 처방건수가 53만5843건으로 남성 13만3900건 대비 4배에 이른다. 질병관리청의 '우리나라 성인의 체질량지수 분류에 따른 체중감소 시도율 및 관련요인(2013~2021)'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비만율은 46.3%로 여성 비만율 26.9%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올해 통계청 기준 국내 남성과 여성 인구수가 각각 2587만6776명, 2587만4289명으로 비슷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남성 비만 인구수도 여성 대비 2배가량일 것으로 추산된다. 남성 비만 인구가 더 많지만 여성의 비만약 투여율이 더 높은 것이다. 실제 질병청 연구에서도 20대 여성은 저체중 또는 정상체중임에도 46%가 체중감량을 시도했다.
연령대별 비만치료제 '삭센다' 처방 현황/그래픽=임종철연령대별 비만치료제 '삭센다' 처방 현황/그래픽=임종철
연령별로 보면 40대의 삭센다 처방건수가 가장 많은 가운데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12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투여도 있었다. 10세 미만인 경우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144건의 처방이 이뤄졌다. 2019년 9건에서 2022년 58건까지 늘었다. 10대 처방도 2019년 1157건에서 지난해 5077건으로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삭센다를 12세 이상 소아청소년에 한해 투여를 허가했다. 12세 미만은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삭센다 처방이 가능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은 확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소아청소년 대상 삭센다 처방이 증가한 것이다.

해외에선 고도비만 치료에 쓰이는 약이 국내에선 정상체중인 사람에게도 다이어트용으로 무분별하게 쓰인다는 점이 문제다. 식약처에 따르면 삭센다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나 고혈압, 이상혈당증, 이상지질혈증 등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잘환이 있으면서 초기 체질량지수가 27 kg/㎡ 이상이고 30kg/㎡ 미만인 과체중 환자에 처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비대면 진료 앱 등을 통해 정상체중인 경우에도 삭센다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정상체중인 사람이 반복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체중 재증가 시 혈압, 지질수치 혈당, 인슐린 등이 지나치게 상승해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동근 건강한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삭센다는 췌장암, 갑상선암 등 관련 안전성 우려가 해소된 약이 아니고 청소년들한테도 장기간 투여 시 안전성 우려가 남아 있다"며 "하지만 오남용 우려 지정 약품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처방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서영석 의원은 "비만치료제의 목적은 비만으로 초래될 수 있는 합병증과 심혈관질환 등을 예방하는 데 있다"며 "보건당국은 의료적 처방이 아닌 단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한 오남용이 발생하지 않게 올바른 사용을 장려하고 철저한 관리체계 구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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