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조 카드대출 '역대 최고'에도… "저신용자 갈곳 없어" 당국 고민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4.10.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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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현금서비스, 45조 육박…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연체율도 3%대 진입
"가계대출 관리 측면으로 접근 안 돼" … 금융당국, 규제에는 신중

카드론·현금서비스 현황/그래픽=김다나카드론·현금서비스 현황/그래픽=김다나


카드론 등 카드사 대출이 역대 최대인 45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책을 고심 중이다.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며 섣부르게 규제했다간 서민 급전 창구가 막힐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카드론을 막기보다는 차주가 적정 수준의 대출만을 받도록 카드사를 관리해 증가세를 완만하게 만들 계획이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롯데카드·현대카드·우리카드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요구받은 리스크 관리 계획을 지난달 말 제출했다. 앞서 금감원은 최근 카드론 급증에서 세 곳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제출된 계획대로 카드사가 리스크를 관리하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장기 카드 대출인 카드론과 단기 대출인 현금서비스 잔액은 44조6650억원이다.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수집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말 카드 대출 규모는 41조5530억원이었다. 8개월 새 3조1000억원 늘었다. 해마다 1조~2조원 늘던 과거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같은 기간 카드 대출 연체율은 3.1%로 집계됐다. 2021년 1%대였던 연체율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더니 올해 3%대로 진입했다. 연체 금액은 1조3720억원이다. 약 2조원 연체액을 기록했던 200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최근 카드론 급증 배경에는 저축은행·대부업체 등 2금융권의 중저신용자 대출 급감이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신용평점 하위 50% 중저신용자가 2금융권(저축은행·상호금융 등)과 대부업권에서 신규로 받은 신용대출 건수는 2021년 상반기 752만496건에서 올해 상반기 631만9896건으로 120만600건 줄었다. 특히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직격탄을 맞은 저축은행이 연체율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임에도 금감원은 카드 대출을 규제하기가 어렵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가 서민·취약계층의 급전 창구라서다. 가계대출 관리 측면에서 문제를 다뤄선 안 되며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카드 대출 규모는 조금씩 늘어나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다만 7~8월에 나타난 급증세는 비정상적이기에 증가 폭은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차주가 소득 수준에 맞는 대출만을 받도록 카드사의 여신 관리를 감독할 계획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2금융권 풍선효과도 아직 관찰되지 않는다. 풍선효과로 판단하려면 고신용자가 몰려야 하는데 아직도 카드 대출 주요 이용자는 중저신용자다.

금융당국은 카드 대출 연체율 상승은 당장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은행 등 다른 업권의 자영업자 대출과 비교해도 카드 대출 연체율 상승 폭은 낮은 편이다. 카드사 손실흡수능력도 충분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중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릴 데가 없기에 카드 대출 증가세는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더 낫다"며 "고신용자의 투자 목적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정말 영세한 분들의 생활 자금이 걸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축은행이 옛날만큼 신용대출을 본격적으로 못 하니 그걸 카드사가 대신해준 것"이라며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측면으로 보자면 카드사 잘못이 큰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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