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중년여성 소비시장, 지난 5년간 연평균 42%의 급성장세

머니투데이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2024.10.02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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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중국의 여성소비시장은 엄청나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액센추어에 의하면 중국 20~60대 여성의 최근 소비시장 규모는 연간 약 10조위안(1870조원)으로 영국·독일·프랑스 3개국의 소매시장 합계와 맞먹는다고 한다. 특히 30~40대 소비가 핵심이어서 여성 총소비의 절반 이상인 5.1조위안(954조원)이다. 성장도 빨라서 지난 5년간 연평균 42%의 급성장세다. '쭝니엔푸뉘스창'(中年婦女市場)이란 용어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왜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요즘 30~40대 중년여성들은 한마디로 그들 모친세대의 교육, 경험, 사고방식 측면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국가설립 때부터 1990년대까지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등 격변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그때 중년의 시기를 보낸 현재 중년여성들의 모친들은 변화무쌍한 정치와 열악한 교육환경, 수입 대비 지출이 많은 가정경제에 항상 시달렸다. 말하자면 현재 60대 이상의 여성들은 평생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했고 자신은 돌보지 못한 세대였던 셈이다.



이에 비해 1980~1990년대 출생한 여성들이 대체로 중년을 맞이한 2010년 이후는 중국이 G2로 등극한 시기다. 중년여성들도 경제적 여유와 선진국 수준의 교양·자긍심을 갖추게 됐고 그만큼 가족만이 아닌 '자신을 위한 소비'가 가능해졌단 얘기다. 시장에선 '쭝니엔푸뉘스창'이란 신시장이 탄생하고 있고 상당기간 블루오션일 거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왜냐하면 2022년 중국 여성의 소비지출이 남성보다 5.51% 높게 나타나는 등 중국 여성시장의 성장잠재력이 커지고 있고 최근 중국의 소비·저축패턴 조사에서 자녀지출은 줄이고 자신을 위해 저축을 늘리겠다는 기혼여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신(新)중년여성의 시장진입은 물론 '자기소비'에 익숙한 현(現) 중년여성의 노년수요도 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럼 중국 중년여성시장을 타깃시장으로 한다고 할 때 핵심포인트는 뭘까. 중년여성들이 중시하는 세 가지를 살펴보면 첫째, '위에지'(悅己) 추구다. 위에지는 '자기 스스로를 즐겁게 해준다'는 뜻이다. 현재 중국은 스트레스 만발이다. 경제가 회복될 기미는 없고, 언제 해고되고 부동산이나 주가가 얼마나 떨어질지 늘 불안하다. 특히 30~40대 여성은 가사와 회사의 과잉업무에 쫓기고 젊은 후배에게 자리를 뺏길 위험도 크다. 이 때문에 걱정거리를 상쇄해줄 즐거움이 필요한데 이게 위에지란 얘기다. 대표적인 위에지 상품으론 '아로마'를 꼽는다. 중년여성들이 집에서 쉴 때 릴랙스용품으로 수시로 사용한다고 한다. 예컨대 중국 소비조사업체인 CBNData 조사에 의하면 2022년 10월~2023년 9월 중년여성의 아로마제품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33.3%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또 젊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던 '미용성형'과 패션용품이 중년여성들 사이에서 '붐'현상을 보이는 것도 위에지 때문이라는 평가다. 한마디로 남에게 아름답게 보임으로써 즐거움을 얻겠다는 사고방식이다. 딜로이트에 의하면 2015~2019년 중국의 미용성형시장 규모는 648억위안(12조원)에서 1769억위안(33조원)으로 연간 22.3%의 급성장세고 2025년엔 3500억위안(65조원)으로 더블이 될 거란 전망이다.



둘째, '건강제일' 추구다. 중년여성의 모친세대는 젊을 때 굶는 일이 많아서 살 만하게 됐을 때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했지만 현재 중년여성들은 '외적 미(美)의 중시' 영향으로 건강미를 최고로 친다. 그 결과 헬스운동과 건강식이 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도시 중년여성의 70%가 자가(自家)운동을 하거나 헬스클럽에 다닌다고 한다. 면역력증진, 비타민, 피부미용에 좋은 기능성 건강식품의 인기가 높고 가격보다 효과를 중시한다. 셋째, 매일 진보한다는 뜻의 '위르쥐진'(與日俱進)도 빼놓을 수 없다. 자기실현을 위한 다양한 취미생활과 능력개발이다. 수제맥주나 가죽구두를 만들고 제빵·의복디자인 교실에 다니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업계의 관심과 관련 제품의 수출을 위한 적극적인 민관협력과 파이팅을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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